“4억 줄게, 이제 나가줘”…50대 직장인들이 마주한 퇴직 통보 어쩌나?

2025-10-26

“희망퇴직 비용만 1500억원”…디지털 전환 시대 인력 재편 신호탄

전문가들 “일시적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 필요해”

LG유플러스가 3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위로금만 1500억원에 달하는 ‘파격 카드’였다.

한때 안정된 일자리의 대명사로 불리던 업계에서 잇따른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단기 실적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인력 구조를 재편하려는 기업들의 행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디지털 전환 시대의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퇴직 유도 없이는 조직 세대교체 사실상 불가능”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8% 감소한 1358억원으로 추정된다. 시장 컨센서스(2172억원)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감소의 핵심 요인은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 약 1500억원. 전체 인력의 5.7%에 해당하는 약 600명이 회사를 떠났다.

LG유플러스는 50대 직원을 중심으로 최대 4억~5억원대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까지 지원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업계에선 “사상 최대 규모의 퇴직 지원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KT는 지난해 44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무려 1조원의 일회성 인건비를 반영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4분기 영업손실 6551억원, 10년 만의 적자였다.

두 기업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고령 인력의 인사 적체 △빠르게 바뀌는 디지털 기술 환경 △정년 연장 논의 속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이다.

“퇴직 유도 없이는 조직 세대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전문가들 “단기 실적 악화, 중장기 수익성 강화 위한 전략”

업계에서는 이번 희망퇴직을 ‘단기 비용, 장기 절감’의 공식으로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돈 이유는 약 1500억원의 일회성 인건비”라며 “내년부터는 연간 500억~600억원 규모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 조치를 ‘자발적 선택을 빌린 구조조정’이라 분석한다.

그는 “국내 기업이 강제 구조조정을 하기에는 사회적 부담이 크다”며 “자발적 선택이라는 형식을 통해 세대교체와 비용 효율화를 동시에 추진한 셈”이라고 부연했다.

◆“임금 절감보다 조직 역동성 회복이 목적”

전문가들은 희망퇴직이 단순히 고령자 해고가 아닌 ‘조직 활력 복원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50대 과장급 인력 적체는 젊은 세대의 승진과 동기부여를 가로 막는다”며 “희망퇴직은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고 조직 역동성을 회복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년 연장과 맞물려 기업의 인건비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희망퇴직은 임금피크제보다 강력한 인력 재편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단순한 비용 이슈가 아니라 산업 전환의 신호탄”이라며 “업계 전반이 인건비 중심 구조에서 AI·데이터 인재 중심 체제로 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희망퇴직’이라는 표현에 문제를 제기한다.

위로금이 많다 해도 퇴직 이후 재취업이 거의 불가능한 50대에게 ‘자발적 선택’은 사실상 강제 구조조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디지털 인재 확보 위한 체질 개선”…구조조정의 ‘새 얼굴’

잇단 희망퇴직에는 산업 구조의 한계가 자리한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 △통신요금 인하 압박 △신규 투자 부담이 겹치며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산업 구조 재편과 연계된 고용 안정 대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희망퇴직이 일시적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이번 희망퇴직은 단순한 인력 감축이 아니다.

AI, 클라우드, 구독형 서비스 등 디지털 전환 사업으로의 체질 개선 과정이다.

대규모 비용을 치른 지금의 ‘아픔’이 향후 업계 경쟁력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희망퇴직’이라는 단어 뒤엔 기업의 생존 전략, 노동자의 불안한 미래, 산업 전환기의 새로운 균열이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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