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형사과장의 ‘크라임 노트’
그는 침입자였다.
침묵을 찢고 들어와 모든 것을 부수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고요가 다시 방 안을 덮었지만 그것은 결코 평온이 아니었다.
충격의 잔향이 소파의 주름과 바닥의 먼지까지 팽팽하게 당기고 있었다.
서영수(가명·23세)는 겨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온몸의 타박상, 이마에 선연한 피멍보다 더 아픈 건 마음 깊은 곳에 남은 상처였다.
이걸 신고하면… 소문나지는 않을까? 남자가 남자한테… 누가 내 말을 믿어줄까.
공포와 수치, 분노와 망설임이 한꺼번에 밀려와 목젖에서 자꾸만 되돌았다.
무너져내리는 자신을 그는 두 손으로 붙들 듯 겨우 버티고 있었다.
부서진 건 육체만이 아니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 세상과 자신을 믿는 감각...
그 믿음에 금이 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결심했다.
이대로는 안 돼. 나 말고 다른 누군가도 당할 수 있어.
아픈 다리를 끌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낯선 이웃에게 휴대전화를 빌렸다.
‘112’
떨리는 손끝이 숫자를 눌렀고, 수화기 너머로 연결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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