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제품 공동 구매 나눠 갖는 '소분 모임' 회원 수 1000여명 돌파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지수 상승, 연이은 고물가에 '소분 모임' 확산
전북에도 소분 모임 등장, 온라인 식료품도 나누자는 의견 나오기도
유행은 돌고 돈다. 빨라도 너무 빨리 돈다. 괜히 아는 척한다고 "요즘 유행인데 몰랐어?" 이야기했다가 유행이 끝나 창피당하는 일도 다반사다.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들, 트민기가 떴으니 이제 걱정 없다.
이 기사를 읽는 순간에도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유행이 올라오고 트렌드가 진화한다. 트민기는 빠르게 흐름을 포착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게 목표다.

“알뜰살뜰 장보기 모임, 함께 할 사람을 찾습니다!”
전국적으로 대용량 제품을 공동 구매해 나눠 갖는 일명 소분 모임이 확산하고 있다. 물가가 치솟는 데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합리적인 소비 방식으로 꼽힌 영향이다.
23일 기준 지역 기반 중고 거래·생활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에 개설된 소분 모임만 수백 개에 이른다.
규모가 상당하다. 세종시를 중심을 활동하는 ‘코스트코 소분 모임’은 회원 수가 1200여 명에 이른다. 게시판에는 장보기 일정과 식료품 나눔 글이 빼곡하다.
활동 방식도 다양하다. 함께 장을 보러 가는 사람을 모집하거나, 개인이 산 제품을 나눌 참여자를 찾는 식이다. 특정 제품만 급히 나누려는 글도 올라온다.
한 참가자는 “내일 오전 코스트코 방문 예정입니다. 생연어 절반,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통 소분하실 분 계신가요?”라는 모집 글을 올려 댓글로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소분할 때는 개인 장비가 필수다.
음료수처럼 개별 포장된 제품은 쉽게 나눌 수 있지만 해산물, 육류, 쌀 등 대용량 식료품은 현장에서 직접 나눠야 한다. 그 때문에 참가자들은 음식을 담아갈 비닐봉지, 밀폐용기 등을 챙긴다.
소분 모임에 자주 참여한다는 박수빈(25) 씨는 “몇 년 전부터 가입했지만 올해는 특히 자주 나갔다”며 “달걀 값도 그렇고 물가가 너무 올라서 혼자 장을 보면 사치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소분 모임이 떠오른 데에는 급격히 상승한 물가가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1%)보다 높은 수치다.
품목별로는 어류 및 수산물이 7.2% 올라 두 달 연속 7%대를 유지했다. 빵과 곡물(6.6%), 커피·차·코코아(13.5%)도 큰 폭으로 올랐다. 생수·청량음료·과일주스·채소주스(3.4%)도 상승세를 보였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한 소분 모임은 점차 규모를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전북에도 소분 모임이 생겨나는 추세다.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마트가 없는 지역이지만 지난 17일 전주를 기점으로 한 소분 모임이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개설됐다. 모임 소개에는 “대용량이라 구매를 망설였던 분들이 모여 즐거운 쇼핑 라이프를 만들자”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온라인 쇼핑 제품도 함께 나누자는 의견이 나오는 등 소분 범위도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