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룬트비 케어 철학으로 본 (사)치매케어학회 연수프로그램 견학
덴마크의 사상가이자 교육·복지 철학의 토대를 마련한 니콜라이 프레데릭 세베린 그룬트비(Nikolaj Frederik Severin Grundtvig)는 인간을 ‘관리의 대상’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을 강조했다. 그가 말한 케어의 핵심은 기능의 교정이나 통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존엄과 일상을 지켜내는 돌봄이다. 이러한 철학은 오늘날 치매케어 현장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사)치매케어학회 연수 프로그램 참여견학을(2025.12.19.~23, 일본 시즈오카, 그룬트비 소규모 다기능 재가 서비스) 통해 확인한 현장의 모습은 구룬트비의 철학이 깊게 묻어 있었다. 실제 돌봄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치매 어르신을 ‘증상을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며 하루의 리듬과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돌봄이 중심에 놓여 있었다. 돌봄은 표준화된 지침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르신 개개인의 생활 맥락에 맞추어 유연하게 조정되는 과정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고민의 흔적은 기관의 철학을 담은 로고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공간 곳곳에는 빛(조명), 소리(음향), 초록(자연)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었고, 이는 일상의 안정과 감각적 편안함을 지지하려는 의도가 환경 전반에 스며 있음을 보여주었다. 돌봄이 특정 행위에 국한되지 않고, 삶의 환경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장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돌봄 제공자가 모든 문제를 현장에서 해결하려 하기보다, 필요한 지원을 제도와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연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돌봄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어르신에게는 필요한 전문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었다.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공생하며 ‘사람 연결 마을’을 실천하는 모습은 돌봄의 책임을 개인에게 과도하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룬트비가 말한 ‘삶을 지지하는 케어’의 실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구강관리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구강은 항상 돌봄의 전면에 드러나는 영역은 아니지만, 식사나 전반적인 건강 유지에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개호보험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전문적인 구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체계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는 구강관리를 ‘항상 수행해야 하는 관리 항목’이 아니라, 필요할 때 적절히 접근 가능한 돌봄 자원으로 위치시키는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연수 참여견학은 치매케어가 특정 영역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아니라, 삶을 중심에 두고 제도·전문직·서비스가 유연하게 연결되는 구조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구룬트비의 철학처럼 좋은 케어란 더 많은 것을 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필요한 것을 제때, 그리고 존엄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아울러 이번 연수는 치과위생사의 돌봄에서의 역할 정립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치과위생사의 전문성은 더 이상 구강 상태에 대한 기술적 이해에만 머무를 수 없으며, 치매의 특성과 돌봄 환경, 어르신의 일상 전반을 함께 이해하는 시선이 요구된다. 구강관리는 치매케어의 한 요소이지만, 그 의미는 전체 돌봄의 맥락 속에서 비로소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이제 치과위생사는 ‘구강을 관리하는 전문직’을 넘어, 치매 돌봄의 흐름을 이해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조정할 수 있는 돌봄 전문 인력으로 역할을 확장해야 할 시점이다. 어르신의 삶을 중심에 두는 구룬트비의 실천철학을 구강돌봄의 영역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치매케어 현장에서 치과위생사의 전문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글=최용금(선문대)ㆍ전현선(여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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