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새만금 관할권

2025-02-26

 프랑스 파리 외곽에 있는 베르사유 궁전은 유럽에서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궁전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거울의 방(Hall of Mirrors)이다. 350개 이상의 거울과 샹들리에, 화려한 금장식은 화려함의 극치다. 제1차 세계대전을 종결짓는 베르사유 조약이 바로 이곳 ‘거울의 방’에서 1919년에 체결됐다. 베르사유 조약은 프랑스와 독일간 1차대전의 종말을 고한 평화조약이었으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불과 20년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도화선이 됐다. 그러면 그 많은 장소를 다 놔두고 왜 베르사유 ‘거울의 방’에서 조약을 체결했을까. 해답은 멀리 1871년 독일제국의 탄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이센 왕 빌헬름 1세와 천재 지략가 비스마르크가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제국을 선포한 곳이 바로 ‘거울의 방’ 아니던가. 프로이센은 나폴레옹 3세까지 포로로 잡은 뒤 프랑스인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베르사유 궁전, 그것도 ‘거울의 방’에서 1871년 1월 18일 독일제국 황제의 대관식을 거행했다. 전쟁에 진 프랑스는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고 알자스-로렌 지역을 할양한다는 굴욕적인 항복 조건에 서명해야만했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은 바로 이 때를 배경으로 한다. 보불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하면서 알자스-로렌 지방을 프로이센 왕국(독일 제국)에 넘겨주는 것을 배경으로 프랑스인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내용이다. 알자스-로렌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 반환됐으나 히틀러 집권시기인 제2차 세계대전중 독일에 잠시 넘어갔다가 종전이후 다시 프랑스에 반환된다. 작은 지방에 불과하지만 알자스-로렌 지방이 이처럼 독일과 프랑스간 뜨거운 감자가 됐던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막대한 배상금을 골자로 한 베르사유 체제를 지켜본 경제학자 존 케인스는 적국의 완전한 굴복을 요구하는  ‘카르타고 방식 평화’ 라고 지적했다. 훗날 ‘국민적 굴욕감’을 발판 삼아 독일에선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당이 급부상하면서 불과 20년만에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게 된다. 요즘 군산, 김제, 부안 등 3개 시군은 새만금 관할권을 둘러싸고 10년넘게 갈등을 빚고있다. 특히 군산과 김제 지역에서는 상대의 완전한 굴복을 요구하는 카르타고 방식을 추구하는 듯해서 지역사회의 우려가 크다. 새만금 개발이 언제 끝날지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서도로, 수변도시, 새만금신항 관할권을 둘러싸고 서울의 대형로펌까지 동원해서 다투는 것은 실망 그 자체다. 차기 총선이나 지방선거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해당 지역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들이 새만금특별시 조성 등 얼마든지 상생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치 적성국가들끼리 알자스-로렌 지방을 차지하려고 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야만 되겠는가. 황새와 조개가 다투는 틈을 타서 이익을 얻는 자는 결국 어부뿐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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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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