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액, 백신부터 마약류까지 ‘암거래’···“누가 까발리지만 않으면 문제 없어요”

2025-12-11

방송인 박나래씨(40)가 이른바 ‘주사 이모’에게 수액 주사와 약 처방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불법 의료행위 실태’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는 전문의약품을 비롯한 각종 주사제·백신, 심지어 마약성 진통제와 향정신성의약품까지 거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의 단속과 관리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나래 때문에 예민하지만 누가 까발리지만 않으면 돼요”

지난 11일 기자가 간호사·간호조무사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접촉한 판매자 A씨는 자신을 “전 제약회사 직원이자 현재 의원 영업·도매업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박나래 (사건) 때문에 지금 예민하긴 한데, 누가 까발리지만 않으면 선생님은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이런 거래가 범죄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박씨가 맞았다는 ‘영양수액’ 가격을 묻자 A씨는 “○○주사 600㎎ 10병 4만4000원, ○○주사 37만원, 국내산 XXX 33만원”이라며 즉각 가격을 제시했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또다른 판매자 B씨는 “많이 구매하면 서비스로 ○○○○○산, ○○주사 등을 넣어주겠다”고 했다.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의사 진료·처방 없이는 투여할 수 없다.

백신도 쉽게 살 수 있었다. 특정 백신 판매 여부를 묻자 A씨는 “1프리필드(약물이 들어 있는 일회용 주사기) 22만원”이라며 “백신은 2~8도 유지해야 하니까 아이스팩에 넣어 직접 배달해드린다”고 했다.

마약류 의약품도 어렵지 않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B씨에게 마약성 진통제, 소염진통제 등 구매를 문의하자, 그는 곧바로 가격을 안내했다. A씨가 보내온 ‘거래 품목 리스트’에는 국소마취제는 물론 향정신성 의약품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간호사·간호조무사 커뮤니티에는 “○○·XX주사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XXX 구매처 아시는 분?” 같은 글이 수십 건 올라온다. 댓글에는 “쪽지 주세요”라는 ‘영업성’ 댓글이 이어진다. “병원 근무하면 제약사 직원 통해 저렴히 구할 수 있다”는 내부 유통 구조를 언급한 글도 있었다.

의약품 암거래는 병원·제약회사·도매업자가 얽힌 ‘장부상 납품’ 구조를 통해 만연한 것으로 보였다. A씨는 “우리 업체와 거래하는 병원이 60~70곳인데, 비급여 품목을 많이 쓰면 남는 과표(과세표준)가 안 맞는다”며 “병원에서 ‘과표 좀 날려달라’고 요청하면 장부상으로만 (납품 처리해) 맞춰준다”고 말했다.

그는 “물건은 병원 명의로 끊고, 실물은 개인에게 보내고, 병원엔 수급(입고)만 잡아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장부상으로는 병원에 납품한 것으로 처리하지만, 실제 납품은 하지 않고 개인에게 보내는 ‘세금 정리용 가짜 납품’이 관행적으로 벌어지는 셈이다.

이 구조에서 일부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병원 종사자들은 ‘주사 이모’, ‘링거 아줌마’로 활동하며 차익을 챙긴다. 약품 원가와 병원에서 시술 받을 때 가격 차가 크다 보니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B씨는 “○○주사 앰플이 개당 4400원, 생리식염수가 100㎖당 2200원 꼴이니, 앰플 하나 식염수에 믹스해 꽂으면 원가는 만원도 안 하는 것”이라며 “병원에서는 1회 3만~5만원씩 받다보니 남는 장사”라고 했다. A씨는 “저한테서 (주사제를) 사간 간호사 한 분은 명절에 시골 가서 사촌들까지 쫙 놔주고 용돈으로 200만원 벌었다더라”고도 했다.

A씨는 개인적으로 거래하는 의료계 종사자가 “100명 넘는다”며 “대학병원·종합병원 간호사들도 한 번에 60만~70만원어치 산다”고 했다. 이러한 암거래는 “명절 전 폭증”한다고 한다. 체중 감량 주사로 알려진 약품 역시 “하루 기본 두 개씩은 나간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5DW(5% 포도당 수액), NS(생리식염수)는 집에서 IV(정맥주사) 연습한다고 하면 그냥 준다”, “독감백신은 매년 원가에 가족 수대로 구할 수 있다”는 등 병원에서 의약품이 상시 유출되는 정황도 다수 확인됐다.

“골프 모임서 수액 시술”, 중고거래 플랫폼서도 ‘독감주사’ 거래

일부 거래자들은 단순 유통만 하지 않았다. A씨는 간호사·조무사를 연결해 주사·수액을 직접 놓아주는 ‘시술 알바’까지 소개한다고 했다. 그는 “골프 모임에 어르신들이 많은데, 일주일에 한 번 간호사·조무사를 불러 수액을 놔준다”며 “한 명당 2만원씩, 15명 정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조무사 월급 적은 거 알지 않느냐”며 “수액 연결만 하면 되고 혈관 잡기, 바늘 제거는 우리가 한다”고 덧붙였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불법 주사 시술 거래 정황이 포착됐다. 독감백신 수요가 크게 증가한 지난달 5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한 작성자는 “3가 독감백신을 준비했다”며 “병원에서 맞으면 3만~4만원인데 제가 사서 놔드리는 거라 1만5000원만 주시면 된다”고 썼다. 또 “백신은 보냉백에 아이스팩 넣어서 안전하게 담아 가져가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덧붙였다. 수능을 앞둔 지난달 7일에는 “수험생 대상 링거 놔드립니다”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환자도 공범될 수 있어···“의약품 관리 체계 규제 강화해야”

비의료인의 주사·시술 행위는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금지)를 위반한 범죄다. 의료인이라도 의료기관 외 장소에서 시술하는 것은 불법이다.

정부도 무면허 의료행위 논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박나래씨와 관련해 “이미 수사기관에 고발·인지된 사건이므로 수사 경과를 지켜보고 필요 시 행정조사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법행위를 한 자가 일차적 처벌 대상이지만, 의료법 위반을 인지하고도 적극 요청하는 등 가담한 환자도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약품 재고·처방 관리 체계가 사실상 무너진 것”이라며 “처방전 프로그램 관리·약품 재고 모니터링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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