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뒤면 시작인데…"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세칙도 미정

2025-12-16

[비즈한국]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본격 시행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대상 품목인 철강·알루미늄 업계는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검증받는 작업에 한창이다. 그러나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EU의 검증기관 지정과 시행세칙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1일부로 본격 시행되는 CBAM은 탄소 규제가 덜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이 EU로 수입될 때,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에 비례해 일종의 ‘탄소세(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이는 기업이 탄소 규제를 피해 생산 기지를 탄소 규제가 약한 국가로 옮기는 탄소 유출(Carbon Leakage) 현상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대상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전기, 비료, 수소 등 6개다.

2023년 10월까지는 ‘전환기간’​으로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만 부과됐지만, 새해부터는 ‘확정기간’에 돌입해 EU 수입업자가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검증받고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는 재정적 부담이 발생한다.

CBAM의 탄소배출량 측정은 제품별 내재 배출량을 산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제품 생산 공정에서 직접 발생하는 ‘직접 배출량’뿐아니라, 외부에서 공급받아 소비한 전력 배출량인 ‘간접 배출량’, 원재료와 중간재 배출량인 ‘전구체 배출량’까지 모두 포함된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배출을 측정해야 하는 셈이다.

기후환경에너지부 기후경제과 관계자는 “업체별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기존 국내 배출권 거래제(K-ETS)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며 “기업에 제품별 배출량 산정 방식에 대해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CBAM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국내 철강·알루미늄 업계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확정기간을 약 보름 앞둔 현재까지도 검증기관과 시행세칙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EU는 올해 2월 26일(현지 시각) CBA​M 관련 규제를 간소화하는 입법 개정안인 ‘옴니버스 패키지’를 발표했다. 옴니버스 패키지에는 제3국에도 검증기관을 둘 수 있다는 내용과 배출량 계산 및 인증서 구매의무 등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우리 기업들이 대체로 환영했다. 그러나 이후 현재까지 검증기관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탄소배출 계산식 등의 세부 규정도 발표되지 않아 업계가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 업계는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 방식 등을 활용해 배출량 데이터 수집과 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불확실성이 있기에 EU ETS 방식과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범 대응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고객사와 소통하고 있다”며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이 반영될 수 있도록 EU 집행위원회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루미늄 업계는 ESG 컨설팅 업체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있다. 유럽에 생산 시설을 만들어 제도 적용을 피하는 경우도 있다. 롯데알미늄은 2021년 헝가리에 알루미늄 양극박공장을 준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CBAM가 적용되지 않는다.

중소기업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 직접 수출하지 않더라도 유럽에 수출하는 제품의 협력사일 경우에는 배출량 측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역량이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CBAM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낮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3년 10월 실시한 ‘중소 CBAM·탄소중립 대응현황 조사’에서 중소기업의 78.3%가 CBAM를 ‘대체로 모름’ 혹은 ‘전혀 모름’으로 답변했다. 경기FTA통상진흥센터의 ‘2025 경기도 탄소중립 대응 관련 기업 실태조사’에서도 CBAM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업이 50%에 달했다.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온실가스의 개념과 CBAM 제도의 이해가 부족하다”며 “기업에 이를 담당하는 전문가가 없다 보니 필요성 설득과 실제 측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컨설팅 지원을 넘어서서 기업 자체적으로 탄소배출량 측정 역량을 갖추는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2026년 ‘국제 탄소무역규제 대응’ 예산은 16억 원으로, 이 예산으로 지원되는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사업은 연간 약 40건에 불과하다”며 “산업통상부가 EU 수출 제조기업을 약 1만 8000개로 추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지원 규모가 국제 탄소규제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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