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동 사건' 해결에 재주목…34년 전 '개구리 소년 사건'도 풀릴까

2025-11-25

지난 24일 이른바 ‘개구리 소년 사건’ 피해 아동 우철원(당시 13세)군 아버지 우종우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우씨는 이날 지난 21일 경찰이 20년간 장기미제로 남았던 ‘신정동 살인사건’의 범인을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과학수사기법의 발전으로 과거엔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던 장기미제 사건의 진실을 수십 년 후 밝혀내는 사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회의적인 듯했다. 우씨는 “경찰 수사도 진전이 없고 ‘아이들이 잘못해서 죽었다’는 비아냥 섞인 사회적 시선에도 완전히 지쳤다”고 털어놨다.

전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대표적인 장기미제 사건 중 하나인 개구리 소년 사건은 임시공휴일이던 지난 1991년 3월 26일 일어났다. 초등학생 다섯 명이 도롱뇽 알을 잡겠다며 대구 와룡산에 오른 뒤 실종됐다가 11년 뒤 실종 장소로부터 2㎞가량 떨어진 산기슭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영화 ‘아이들…’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우씨를 포함한 실종 아동 아버지 5명은 아이들이 사라진 11년간 트럭을 타고 전국을 돌며 실종 전단을 직접 배포했다. 이후엔 진상 규명 촉구, 소송 제기, 관련 법·제도 개선 등을 요구해 왔다. 34년의 세월 동안 김종식·김영규·박찬인 군의 아버지 3명이 세상을 떴다.

지난 2019년 시작된 경찰의 재수사는 아직 답보 상태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증거물 재감정과 약 100건의 시민 제보에도 범인을 특정할 만한 것은 없었다”며 “캐비닛 4개 분량의 수사 기록이 있지만, 유골 발견이 늦다 보니 초기에 수집된 증거 자체가 유골·토양·비닐봉지가 전부다. 주기적으로 재감정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정동 살인사건' 범인 특정처럼 과학수사기법의 발전으로 과거엔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던 장기미제 사건의 진실을 수십 년 후 밝혀내는 사례가 이어지며 다른 장기미제 사건 해결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지만 '희망 고문'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꾸준한 인력 보충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 “미제 사건 전담 인력 필요”

'개구리 소년 사건'처럼 초동 수사에서 확보된 증거와 진술이 턱없이 부족한 장기미제 사건은 과학수사 기법의 발전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긴 세월 수많은 추정만 낳았던 화성 연쇄살인사건 역시 DNA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건 발생 33년 만인 지난 2019년 이춘재가 범인으로 특정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DNA 분석·증폭 기술의 고도화, 쪽지문만으로도 범인을 특정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수사의 빈틈이 크게 보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학수사 기법의 발전만 기다리며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족한 수사 인력을 보충하는 등의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2015년 ‘태완이법’ 시행으로 2000년대 이후 발생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폐지되자 같은 해 미제사건 전담팀을 꾸렸다. 하지만 대부분 형사기동대에 편성돼 미제사건을 겸직하는 형태라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수사 중인 장기미제 살인사건은 275건에 달하며, 전체 미제 사건 수도 매해 늘고 있다. 하지만 전국 시도경찰청에 편성된 미제살인사건 수사팀은 74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경미한 사건을 포함해 등록 기간이 10년 넘은 경찰 장기미제사건 수는 2023년 252만9000건, 2024년 276만2000건, 올해 8월까지 289만1500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의 수사 부담이 커지기도 했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온전히 미제사건만 전담하는 팀을 구성해 지속해서 관리·운영해야 한다”며 “시·도청 차원에서 전담팀을 운영할 여력이 안 되면 권역별 또는 본청·국가수사본부 차원에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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