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바라기’ 독일도 변했다…유럽 녹인 LG가전의 성공 전략

2025-09-08

‘A -10%’, ‘A -20%’.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번화가에 위치한 종합 가전 매장인 ‘자툰’. 세탁기, 냉장고 등이 전시된 2층에 들어서자 한국에서는 낯선 에너지소비효율 기준표가 가전마다 붙어 있었다. 한국이 1~6등급으로 나누는 것처럼 독일은 A~G 등급으로 나뉜다. 다만 A -10%은 A등급 기준보다 에너지 소비를 10% 적게 한다는 것을 뜻한다. 1등급 이상이면 모두 1등급으로 묶이는 국내 달리 독일은 1등급도 세부적으로 기준을 나누고 있다. 에너지 소비 효율이 유럽 소비자들 사이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날 방문한 매장에는 LG전자(066570)의 유럽 시장 공략법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유럽 내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는 LG전자는 고급화 전략을 중심에 놓으면서도 유럽인들이 중시하는 에너지와 공간 효율성도 지속 강화하고 있다. 또 다른 최대 시장인 미국이 고관세 등으로 불투명해지면서 또 다른 주요 시장인 유럽에서 공격적인 판매에 나서는 것이다.

냉장고 코너 쪽, 소비자 시선이 꽂히는 벽면 전시된 LG전자 전략 모델들 역시 에너지 효율이 주무기였다. 문을 노크하면 내부가 보이는 인스타뷰 냉장고 3대 중 가장 왼쪽에 있는 양문형 제품은 독일의 권위 있는 소비자 매체 스티프퉁 바렌테스트로부터 최고 제품으로 선정됐다. 출시 당시 A -20% 등급으로 업계 최고 에너지 효율을 자랑한 제품이다. 이 제품을 포함해 총 세대의 냉장고가 올해 8월 이 매체로부터 최고 제품으로 꼽혔다. 회사는 이보다 에너지 효율을 개선한 A -40% 등급의 신제품을 곧 출시한다.

독일은 한국과 달리 혼수 가전 개념이 없다. 이사 갈 때가 아니면 가전을 잘 바꾸지 않을 정도로 근검절약이 미덕인 곳이다. 18㎏ 이상 세탁기가 기본인 한국과 달리 여전히 독일은 8㎏ 용량이 대세다. 김현식 LG전자 독일법인 리빙PD는 팀장은 “독일에서는 분리 세탁이 일상적이고 우리 생각과 달리 불편해 하지 않는다”며 “심지어는 5㎏ 용량의 세탁기를 쓰는 경우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고급화 전략으로 유럽 시장에 나선 LG전자로서는 유럽인들의 근검함을 넘어 높은 가격대의 프리미엄 제품에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다. 회사는 이를 위해 현지 가정을 방문하고 AI 기반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고급 가전의 소구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독일인들도 조금씩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용도를 높이고 있다. 김 팀장은 “밀레 등 독일 제품들은 항상 하얀색 특유의 익숙한 디자인만 나오는 데 반해 한국 브랜드는 컬러, 디자인에서 늘 새로운 것을 보여 준다”며 “독일 사람들은 보수적이지만 브랜드에 대한 마인드가 열린 젊은 사람들을 위주로 이러한 점차 혁신이 받아 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유럽 내에서 볼륨존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유럽 전역의 가전 수요가 정체되면서 시선을 아래로도 넓힌 것이다. 중저가 제품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중국 가전에 대한 견제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날 세탁기 코너에서 LG, 삼성 등 한국 브랜드 다음 주요 위치를 선점한 곳도 다름 아닌 중국 하이얼이었다. LG전자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베코 같은 터키 브랜드가 차지했던 자리를 이제는 중국 브랜드가 차지했다”고 회상했다.

빌트인 시장 역시 5년 내 매출을 10배 높인다는 구상이다. 빌트인 가전은 건설사가 주거 시설을 지으면서 같이 설치되는 가전을 말한다. LG전자는 밀레 등 독일 토종 가전 기업들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독일 가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시장을 공략해 시장 5년 내 유럽 1등 가전 회사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5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5년 내 유럽 가전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을 얼마로 보느냐”는 질문에 “120%”라고 답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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