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史草)를 쓰는 자세

2025-06-22

김재범 편집국장

사초(史草)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춘추관 사관(史官)들이 매일 쓴 원고이다. 왕이 주재하는 회의 등에 참석해 보고 들은 내용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듯 기록했다. 들판의 풀(草)처럼 가다듬기 전의 날 것 상태인 기초 자료이다. 실록(實錄) 등 공식적인 역사 편찬의 첫 번째 자료가 됐다. 실록 편찬이 완료되면 물에 빨아 재생 종이로 활용했다.

사관은 비밀스러운 일이나 개인의 인물됨 등을 따로 가장사초로 작성해 두도록 했고, 사초를 누설할 수 없도록 했다. 연산군이 가장사초를 작성하지 못하도록 명한 일이 있었지만, 임금도 사초를 볼 수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관련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가 ‘사초’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13일 “사초를 쓰는 자세로 세심하게 살펴 가며 오로지 수사 논리에 따라 특별검사의 직을 수행하겠다.”라는 임명 소감을 밝혔다.

오로지 역사의 진실만을 생각하는 사관들의 냉철한 의식, 권력자·기득권자에 의해 역사가 왜곡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검찰이 기소한 혐의 외에도 외환죄도 수사한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무인기 침투 및 오물 풍선 타격 지시’, ‘북한 공격 유도’ 의혹 등이 그것이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실질적 실행뿐만 아니라 준비, 음모, 선동 등도 수사 대상이다.

여기에는 내란의 목적도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공소장에는 야당의 쟁점 법안 단독 처리, 국무위원 등 다수 고위 공직자 탄핵, 선거관리위원회 부정선거 의혹 등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이 담겼다.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조 특검팀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23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혐의 사건 8차 재판부터 공소 유지에 나선다. 또 이날 특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위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추가 기소한 사건과 관련 구속 필요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심문도 진행된다. 김 전 장관의 구속 여부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사초를 쓰는 자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줄 때다. 후세에게 교훈이자 기록으로 남길 역사의 기초자료를 제대로 써내려가야 한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수사 결과만이 답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