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였던 안철수 의원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을 분석 및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와 동시에 이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광주를 찾는 등 정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진영을 아우르는 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 선거대책본부(선대본)은 4일 정책 보도자료를 내고 ‘안-오-홍 정책 통합 전략’을 소개했다. 안 의원-오 시장-홍 전 시장의 공약을 한 데 모은 정책 전략은 11개 부문에 걸쳐 국정과제를 설정해 이들이 앞서 제시한 공약을 정리한 후 이 후보가 최종적으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정부조직 행정 개편의 경우 안 의원은 ‘공공부문 슬림화와 정부 효율성’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오 시장은 ‘권한-책임 균형 원칙’을, 홍 전 시장은 ‘청와대 복귀, 행정-사법 대수술’을 큰 틀에서 제시했다. 이 후보는 이들이 공통으로 추진하는 과제를 모아 ‘13개 부처로 슬림화 및 3부총리 책임 효율화’ 등을 통합 전략으로 마련했다.
선대본은 “이 후보의 지시에 따라 각 후보 선대위 및 참모진으로부터 자료를 전달받아 분석했다”며 “합치되는 부분은 수용하되 합치되지 않는 부분은 수용 가능성을 검토했고, 이 후보의 기존 공약에 없던 부분은 우선 수용하는 방향에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김동연 경기지사의 정책 공약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의 공약까지 폭넓게 수용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적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선대본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효율성과 자유성을 중시하는 이 후보가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유사한 후보들의 정책을 적극 참고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통합 행보는 이날 광주를 찾으며 더 부각됐다. 이 후보와 개혁신당 선대위 관계자들은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1027기 묘역을 참배하고 당원들이 쓴 손 편지와 국화를 올렸다. 이 후보는 특히 고(故)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에게 “분열을 넘어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그는 편지에서 “5월 광주가 보여준 용기, 연대, 그리고 진실을 향한 집념을 제 정치의 중심에 두고 실천하겠다”며 “그 숭고한 정신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약속, 끝까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부터 저희 당원들이 차근차근 5월 광주를 기리기 위한 준비를 해 왔다”며 “5월이 되자마자 이렇게 방문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에서 제기하는 ‘빅텐트’ 가능성과 국민의힘이 과거 이 후보 징계에 대한 사과를 검토하는 것을 두고선 “5월 광주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도 상당히 진정성 있는 노력과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 만큼 지난 몇 년간 국민의힘이 저 개인에게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줬던 부분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상황이 다급하다고 해서 하는 어떤 행동들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