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4m 쉼없이 쫓아오는 로봇개…범인은 결국 지쳐 잡혔다

2025-06-01

“드론관제센터! 관내 야외화장실에서 성추행 사건 발생. 용의자를 추격하라.”

지난달 28일 오후 4시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 산책로 화장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시민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이 드론관제센터에 용의자 검거를 위한 드론 출동을 요청했다. 곧바로 대기중이던 드론 3대가 하늘로 날아올라 범인의 인상착의와 일치하는 남성을 찾았다. 로봇 경찰견 ‘폴리봇’ 2대도 추격에 합세했다. 네 발 달린 개의 형태를 한 폴리봇은 범인을 발견하자마자 사이렌을 울리기 시작했고, 장착된 카메라로 범인의 흉기 소지 여부를 출동 중인 경찰에 실시간 전달했다.

도망치다 힘이 빠진 범인은 쉼터 벤치 아래에 몸을 숨겼다. 하지만 드론은 상공에서 그를 계속해서 비췄고, 폴리봇은 “포위됐다”는 경찰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도주로를 차단했다. 같은 시각 드론관제센터에서는 드론을 통해 범인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경찰 기동대원들에게 전달했다. 기동대는 도착하자마자 범인을 제압했다. 그렇게 범죄 신고 후 검거까지 소요된 시간은 5분 남짓이다.

이는 인공지능(AI) 드론, 로봇을 활용한 대구경찰청의 가상 검거 훈련이다. 미래 치안활동에 첨단과학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마련했다. 김강현 대구경찰청 미래치안구현 태스크포스(TF) 단장은 “기존 치안 시스템이었다면 범인을 찾고, 쫓는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라며 “우수한 기동성을 갖춘 로봇, 공중 탐지가 가능한 드론의 조합이 실제 적용되면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활약한 로봇은 국내 로봇 자동화 솔루션 기업 유엔디의 ‘폴리봇’이다. 무게 56㎏에 초속 4m 속도로 10㎞까지 이동한다. 이날 폴리봇은 백 텀블링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움직임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계단 오르기 뿐 아니라 물건 전달도 가능하다. 실종자가 접촉이 어려운 곳에 고립됐을 때도 비상식량을 전달할 수도 있다. 이철수 유엔디 대표는 “터널 화재나 가스 누출 현장 등 위험한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론은 스타트업 드론업체 IGIS 제품으로 경찰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장착했다. 초속 15m 속도로 비행하며 카메라로 1㎞ 떨어진 차 번호판까지 식별할 수 있다. 최대 초속 12m의 바람을 버틸 수 있어 차로 도주하는 경우에도 추격이 가능하다. 충전이 필요한 경우에는 자동으로 정거장인 드론스테이션으로 돌아온다. 타깃을 정하고 따라가는 미사일처럼 목표물을 포착해 추격하는 기능도 개발된 상태다. 이호동 IGIS 대표는 “열 감지 기술로 화재 현장에서도 사람을 찾아내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 3월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개막전 때는 2만4000여 명의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자, 사고 예방을 위한 드론 공중 순찰에 나서기도 했다 마약류 양귀비 등 밀경 의심지역에 대해 공중 수색으로 한 달 만에 11개 지역을 적발하기도 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 3월 ‘미래치안구현 TF’를 출범시키고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치안 정책 개발과 시스템 연구에 나서고 있다.

드론과 로봇을 활용한 범인 검거 등을 실전에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운영 시스템 구축과 함께 드론 운용능력과 보안성, 로봇의 활동성이 더욱 강화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협 대구경찰청장은 “앞으로 다양한 훈련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경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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