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이 운영했던 청소년 대상 교육프로그램에서 청소년들이 미혼모에게 “낙태를 하지 않은 것은 잘한 것이다. 하나님이 여러분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고 마스크에 ‘차별금지법 반대’ 등을 적는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박스쿨이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와 같은 커리큘럼을 만들고 역사 강사를 양성해 초중고교에서 역사 수업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1일 취재를 종합하면 리박스쿨은 2021년 ‘주니어역사영어교실’을 운영하며 수업 내용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리박스쿨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멋진 마스크 만들기!’라는 자막을 띄운 뒤 ‘차별금지가 차별이다’ ‘동성애는 사랑이 아니다’ 등이 쓰인 마스크 여러 장을 화면에 공개했다. 리박스쿨이 청소년들에게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동성애를 부정하는 내용을 가르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리박스쿨은 학생들이 미혼모에게 쓴 손편지 글도 영상에서 공개했다. 학생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에는 “전 세계의 모든 미혼모에게,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절대 여러분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낙태 안 하고 아기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입 컨설팅 회사 A사는 리박스쿨과 ‘협력관계’를 맺었다고 밝히며 리박스쿨의 여러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A사는 자사 블로그와 SNS 계정에 리박스쿨의 늘봄강사 양성 과정과 초중고교 강의를 맡을 역사 강사 양성 프로그램 등을 여러 차례 홍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EBS 진학 상담위원, 입학사정관을 지낸 인물이 대표로 있는 A사는 지난달 자사 SNS에 리박스쿨이 주관한 ‘대한민국 WHY교실’의 홍보 포스터를 올렸다. 이 강의의 담임 강사는 리박스쿨 역사 강사이자 늘봄 강사로 소개됐다. 강의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나라를 빛낸 위인’으로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A사는 지난 2월에도 리박스쿨의 ‘학교에서 바로 활동 가능한 실전 교육-초중고 출강 역사 강사 양성과정’을 SNS에서 홍보했다. 강의 커리큘럼에는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 등이 담겼다. 리박스쿨이 역사 강사를 양성해 초중고교 수업에서 자신들의 역사관을 퍼뜨리려 기획된 강의로 보인다. 강영미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극우 세력이 학부모들의 관심이 많은 늘봄학교와 대입 컨설팅 등을 연동해 교육의 모든 영역에 관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극우 세력이 전국 여러 학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치려 했던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리박스쿨이 늘봄학교 강사를 양성해 서울 지역 10개 학교에 강사를 보낸 사실이 확인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초등 1학년 자녀를 키우는 이진우씨는 “학교 명단을 공개하고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됐는지 알려줬으면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전수조사를 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리박스쿨에서) 어떤 커리큘럼을 운영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