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무섭다. 매매가가 부동산 급등기였던 2020~2022년 전고점을 넘어선 지역이 늘고 있다. 주요 대단지 아파트 10곳 중 9곳에서 신고가를 기록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둘째 주(6월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1주 전보다 0.26% 올랐다. 19주 연속 상승세다. 지역별로는 강남·서초·송파·마포·용산·성동·양천 7개 자치구 아파트값이 매주 오름세를 지속했다. 집값 기대심리(주택가격전망 CSI)는 지난 2월 99포인트에서 5월 111포인트까지 급등했다. 100보다 높으면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집값 상승은 민생을 더욱 취약하게 하고, 경제·사회 전반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붐이 다시 고개를 들며 가계대출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전월보다 5조2000억원 많은 1155조3000억원으로, 8개월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소득의 2배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그 자체로 경제의 뇌관이면서 소비 위축·내수 침체로 이어져 경제를 악순환에 빠뜨린다.
부동산 불안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집값 상승 심리부터 잡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시장에 명료하고 확고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추경 집행으로 시중에 돈을 풀어야 하는 시점이다. 서민과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 계획과 함께 거시·미시를 아우르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대선 전 이재명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뜨거워지면 종합부동산세·재산세 같은 보유세를 늘리는 방안도 열어놓아야 한다. 그러잖아도 윤석열 정권의 부자감세로 나라 곳간 사정이 나쁘다. 조세정의 실현과 양극화 완화를 위해 집값 폭등으로 발생한 불로소득은 환수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과)도 “부동산 투기억제책의 본질은 투자에서 오는 수익률을 낮추는 데 있고, 수익률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은 세금 중과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조기 대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했다. 대통령의 공약은 그 무엇보다 무겁고 지켜져야 하지만, 상황 변화 시 국민과 소통하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서울 집값 상승세는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 인허가, 보유세 확대 ‘4종’의 정책 틀을 유기적으로 짜야 안정시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