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빵값은 누가 부풀렸나…‘990원 소금빵’ 실체 캐봤다

2025-09-08

이팩트: 이것이 팩트다

한국 빵값은 정말 비싼 걸까.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은 현재진행형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복잡한 시장 환경에 990원 소금빵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이 있었지만, 자영업자의 반발이 거셌다. “자영업자들이 빵을 비싸게 파는 것처럼 만들었다”는 불만과 비난이 터졌다.

“그동안 제빵업계가 폭리를 취했다”고 비난하는 것으로는 이 논란의 실체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 한국 빵값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1 지난 1일 ‘팝업 스토어’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 경수초등학교 인근 한 골목에선 휴대전화 카메라의 ‘찰칵’ 소리가 연이어 들리고 있었다. 공간 설계 업체 ‘글로우 서울’이 운영하는 복합 식음료 매장인 ‘글로우 성수’에서다. 이곳 입구에서 경제 유튜버 슈카(구독자 360만 명)가 etf(express trade farm) 베이커리의 팝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슈카와 글로우 서울은 소금빵·베이글·바게트를 990원에 팔고, 식빵(1990원)과 명란바게트(2450원)도 내놨다. ‘빵물가 상승률’을 표기한 알림 문구가 메뉴판에 붙어 있었다. 빵값 상승을 뜻하는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 현상을 저격하기 위한 문구로 보였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웰빙 트렌드에 따라 인기를 끌고 있는 소금빵이었다. 시중 베이커리의 3분의 1 수준인 990원에 팔았기 때문이다.

앞선 주말(8월 30~31일) 팝업에는 3시간가량 기다려야 할 만큼 인파가 몰렸었다. ‘소금빵 990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군 가운데 기자가 찾은 이 날은 평일인데도 대기 인원이 북적였다. 업체 측은 오전과 오후 각각 한 차례씩 키오스크를 통해 대기표를 발급했다. 20대 대학생과 30~40대 직장인까지 키오스크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990원이면 남기는 게 있나. 계속 이 가격에 파는 건가.

손님들 사이에선 이런 웅성거림이 꼬리를 물었다. 그들의 표정에선 기대와 함께 의심의 눈초리가 뒤섞여 있었다.

#2 비슷한 시간 슈카의 팝업에서 도보로 5분여 떨어진 소금빵 전문 베이커리 ‘자연도 소금빵 in 성수’. 하루 7000개 이상의 빵을 판매 중인 이곳에도 꽤 많은 사람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업체는 한 봉지에 소금빵 네 개를 넣어 1만2000원에 판매했다. 소금빵 하나에 3000원인 셈이다.

가게 직원은 “우리 소금빵은 신선도 유지를 위해 하루 여섯 번씩 구워 판매한다”며 3000원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성수동에서 쏘아올린 990원 소금빵이 빵플레이션 논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슈카는 왜 이런 도발적인 ‘가격 실험’ 내지 ‘모험적 사업’에 나선 걸까? “복잡한 유통 구조를 해체하고, 빵 가격의 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 말이 고물가 시대에 빵 소비자들의 불만을 자극했다.

그러나 슈카는 7일을 끝으로 팝업의 잠정 휴점을 결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슈카는 “자영업자를 비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도 자영업자다. 빵값의 구조적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려던 것인데 다른 방향으로 해석돼 안타깝다”고 사과했다.

이에 990원 소금빵 논란이 불러낸 빵플레이션의 실체를 쫓았다.

① 한국 빵값은 정말 비싼가

② ‘빵플레이션’은 사실인가

③ 990원은 지속 가능한가

④ “가격이 전부는 아니다”… 소비자의 가치

⑤ “빵값은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다”… 제빵업계의 항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