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다. 지리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거리에 있어 ‘이웃사촌’의 관계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양국 간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그렇지 못한 시기가 많았다. 중국은 잦은 침략으로 우리를 괴롭힌 나쁜 이웃이기도 했던 탓이다.
북한이 러시아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2000명을 파병했다. 북한은 그동안 도움을 준 이웃 국가 중국을 외면하고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 러시아 지원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게는 형제 국가라 할 수 있다. 6·25 한국전쟁에 120만의 병력을 보내 북한을 도운 북한의 맹방이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양국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그런 북한이 이번에는 실리를 좇아 러시아를 선택한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행동이 괘씸할 것이다.
최근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윤석열 대통령과 2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동안 다소 불편했던 양국 관계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교류와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중국은 북한의 친러시아 행보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현명한 외교적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시 주석은 과거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반도가 중국의 일부였다는 발언을 해 우리를 분노케 한 바 있다. 이런 억지 주장들이 자꾸 나오면서 중국은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멀게 느껴지는 국가라고 볼 수 있다. 압록강 건너에서 소리치면 바로 들리고, 두만강 건너에서 손 뻗으면 잡힐 듯 한반도와 가까운 데도 말이다.
한반도는 거대한 대륙에 자리 잡은 중국으로부터 많은 시달림을 겪었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중국뿐 아니라 다른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탓에 태평성대를 누린 적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현대사만 봐도 김일성이 소련의 스탈린, 중국의 모택동과 만나 모의해 발발한 1950년의 6·25 전쟁이 있다.
수천 년간 피할 수 없는 숙명적 관계가 바로 중국인 것이다. 조선 시대에도 생존을 위해 수모를 견뎌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금, 은 등 귀금속과 곡식은 말할 것도 없고 말 등 가축까지 빼앗아 간 조공 요구는 끝이 없었다. 그야말로 나라가 거덜날 지경으로 수탈을 당했다. 힘없는 작은 나라의 아픔이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김구 선생의 자서전 ‘백범일지’에는 김구 선생이 중국 국민당의 장개석 총통을 만났을 때 나눈 대화 한 토막이 실려있다. 당시 장개석은 “장차 대한민국의 국력이 강해지면 한국의 젊은 층이 역사적으로 한국 영토인 지역을 반환하라고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조선의 국왕이 해외에 외교관을 파견하면 이를 가로막고 방해했으며, 새파랗게 젊은 중국 관리들이 조선의 대신들을 폭행하고 왕의 권위를 손상하는 망종 외교의 사례는 너무나도 많다. 무엇보다 천추의 한이 되는 것은 눈앞에 왔던 통일이 중국의 개입으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6·25 전쟁 때 국군은 불리하던 전세를 뒤집어 압록강까지 진격했다. 하지만 이때 개입한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통일의 희망은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
이제 한국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글로벌 국가로 성장했다. 세계 10위권인 경제력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장개석 총통이 말했던 것처럼 언젠가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중국 측에 발해와 고구려의 영토반환을 요구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