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이 부르는 질병
담배가 건강에 나쁘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 흡연자는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 연기를 더 빨리 깊게 들이마시는 흡연 패턴으로 담배의 독성 물질을 담뱃갑 표기 함량보다 3배 이상 더 많이 흡입한다. 담배를 피우면 폐암만 걱정하지만, 흡연이 미치는 위해도는 광범위하다. 흡연이 유발하는 다양한 질병을 짚어봤다.
여성 흡연자는 남성보다 방광암에 더 취약
방광암 발생의 위험 1순위는 단연 흡연이다. 담배의 독성 물질인 아릴아민·니트로사민 등 발암물질은 여러 대사 과정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이 과정에서 방광에 축적된다. 흡연자의 소변 속 아민화합물 농도는 비흡연자보다 최대 30배나 높다는 연구도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흡연으로 인한 방광암에 더 취약하다.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곽철 교수팀이 2009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1021만654명(평균 47.1세)을 대상으로 10년 후 방광암 발병률과 위험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방광암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흡연이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방광암 발생 위험이 1.66배 높았다. 20세 이상 여성 흡연자는 같은 또래 비흡연 여성보다 방광암 발생 위험이 2.15배 더 높았다. 같은 조건에서 남성은 방광암에 걸릴 위험이 1.64배다.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곽철 교수는 “흡연 독성을 처리하는 대사 능력이 성별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고 그 결과로 흡연이 방광에 미치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크다”고 말했다. 방광암의 주 증상은 통증 없는 육안적 혈뇨다. 40세 이상으로 흡연자인데 혈뇨가 있다면 방광암을 의심하고 혈뇨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백내장 등 실명 질환 발병 연령 빨라져
흡연은 눈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담배 연기 속 유해 물질이 안구를 직접 자극하면서 수정체 산화를 촉진하고, 망막의 저산소 손상을 유발하면서 백내장·황반변성 등 주요 실명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백내장 발생 위험이 2.8배 높다는 연구도 있다. 시야가 점점 좁아지면서 실명으로 진행하는 황반변성 역시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2~5배 높다. 흡연을 일찍 시작할수록, 총 흡연 기간이 길수록, 흡연량이 많을수록 백내장 등 실명 질환 위험도가 높아지는 셈이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임동희 교수는 “흡연자는 실명 질환의 발병 시점이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명 질환은 초기 단계에서 가능한 한 빨리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시력 유지에 유리하다. 시력에 별다른 이상 징후가 느껴지지 않더라도 40대부터는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폐암보다 더 많고 간접흡연으로도 생길 수 있는 COPD
폐가 딱딱하게 굳어 점차 숨이 쉬기 힘들어지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도 흡연이 강력한 발병 원인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흡연으로 인한 폐 염증으로 폐 실질이 파괴되고 이로 인해 기류 제한이 진행되면서 호흡곤란 등 COPD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폐 기능 감소로 폐활량이 줄어들면서 빨대로 숨을 쉬는 것처럼 호흡곤란이 심해진다. 결국 산책·식사·목욕 같은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진다. 대부분이 폐암만 걱정하는데, COPD로 사망하는 비중이 더 높다. COPD는 흡연자나 과거 흡연자에서 많이 발생하고, 비흡연자보다 약 25배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COPD는 간접흡연만으로도 생길 수 있다. 가파른 곳이나 계단을 오를 때 호흡곤란이 심하다면 COPD를 의심해야 한다. COPD인데도 흡연을 계속하면 폐가 굳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감염에 취약해져 급성기관지염, 폐렴 등도 쉽게 걸리게 된다.
뇌졸중 진단 후에도 흡연하면 심장도 치명적
뇌졸중·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도 흡연의 위해성에서 피하기 어렵다. 흡연으로 혈액 점성도가 높아지면서 혈전이 더 잘 만들어지고 혈관내피세포 손상을 가속해 심뇌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본다. 심뇌혈관 질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특히 금연이 중요하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박명수·천대영·한성우(순환기내과), 한림대성심병원 이민우(신경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뇌졸중 후 흡연 여부가 심근경색 발병에 미치는 연관성을 살폈더니, 흡연이 뇌졸중 후 심근경색 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했다. 뇌졸중 진단 후에도 지속해서 흡연하면 비흡연자보다 심근경색 위험이 1.5배 높아졌다.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이민우 교수는 “흡연이 뇌졸중·심근경색의 가장 중요한 원인 기전인 죽상동맥경화반의 형성·파열을 촉진하는 만큼 금연을 통한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