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이 또 한 번의 역사적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고려인의 아픈 이주 역사와 찬란한 문화유산이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 누구나 만날 수 있게 됐다.22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고려인마을 산하 월곡 고려인문화관(과장 김병학)이 지난 20일 ‘고려인 역사유물 사이버전시관’을 공식 개관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박병규 광산구청장을 비롯해 광산구의회 공병철·박미옥·윤혜영 의원, 국회도서관 관계자, 고려인마을 지도자, 고려인마을관광청 주요 인사,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 화백, 김순흥 광주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해, 고려인의 유산이 디지털 시대 속에서 새롭게 호흡하게 된 순간을 함께 축하했다.
이번 사이버전시관은 고려인문화관이 보관 중인 1만 2천여 점의 유물 가운데 4천여 점을 엄선해 공개한 온라인 전시 플랫폼이다. 사진, 문서, 서적, 그림, 생활용품 등 다양한 유물을 △주제별 △시대별 △생산지별로 검색할 수 있으며, 누구나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 환경을 갖췄다.
고려인마을은 광산구의 지원을 받아 지난 4월부터 약 5개월간의 준비 끝에 유물 전수조사와 디지털화 작업, 해설 원고 작성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진본 및 원본 자료 중심으로 한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이번에 공개된 주요 유물에는 김해운의 희곡 ‘동북선’, 김기철의 중편소설 ‘금각만’ 등 고려인의 모국어 문화예술 기록물과, 1937년 이전 연해주에서 항일독립운동과 문화운동을 펼쳤던 고려인들의 귀중한 사료, 그리고 강제이주 이후 중앙아시아에서의 삶을 담은 사진들이 포함됐다.
또한 ‘고려문전(1930)’, ‘조명희 선집(1959)’ 등 고려문학의 흐름을 보여주는 희귀 서적들도 디지털화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축사에서 “이번 사이버전시관 개관은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기억을 디지털로 확장한 시도”라며 “수장고 속에 잠들어 있던 유물들이 세계 곳곳의 관람객과 만나 소통하는 창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려인 역사유물 사이버전시관은 고려인들의 삶과 예술, 신앙과 독립전쟁의 역사가 응축된 러시아 이주 160년의 기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새로운 역사문화 플랫폼이다.
이에 고려인마을 주민들은 “이제 잊혀진 고려인 선조들의 역사가 다시 숨을 쉬게 됐다”며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의 뿌리를 잇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이 사이버전시관이 고려인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는 새로운 통로가 되길 바란다”며 감격을 전했다.
고려방송: 양나탈리아 (고려인마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