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야당의 감액 예산안과 비상계엄 사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세법 관련 건의안을 경제정책방향에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여야 협의가 이뤄졌지만 최근의 정치 혼란으로 담기지 못한 세법 건의안을 합리적인 선에서 최대한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6일 국회와 기재부에 따르면 기재위 산하 조세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9일 세법 개정안 심사 이후 정부 측에 제출할 부대 의견을 작성할 예정이었지만 야당의 단독 감액 예산안 의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무산됐다. 일반적으로 국회는 매해 12월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때 향후 세제 개편 제언을 담은 부대 의견도 함께 수록한다.
사라질 뻔한 부대 의견은 정부의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겼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역주택도시공사가 소유하는 공공임대주택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를 가액·면적과 무관하게 합산 배제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국회 측의 부대 의견 초안에도 담겨 있던 내용이다. 당시 기재위 부대 의견 결의안을 보면 “기재부가 LH 및 주택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방공사가 보유하는 공공임대주택을 종부세 과세표준 합산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종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써져 있다.
배달 라이더를 비롯한 저소득층 인적 용역 사업자에 대해 사업소득 원천징수세율을 27년 만에 인하하기로 한 것도 기재위 측 부대 의견 결의안에 담겨 있다. 당시 기재위는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적 용역 사업자 원징세율을 3%에서 1%로 낮추는 내용을 뼈대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두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플랫폼 근로자 중 사업소득 명목으로 세금을 먼저 뗀 뒤 종합소득세 확정 과정에서 일부를 환급받는 ‘조삼모사’식 납세 사례가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기재부가 국회, 특히 야당과 접점을 늘려가려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말이 흘러나온다. 탄핵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고 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같이 풀어야 할 부분은 협력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회 측 부대 의견으로 나올 예정이었던 내용이라고 해서 경제정책방향에 반영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여야에서 합의를 본 합리적인 의견은 경방 수립 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