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직장도 '내돈내산'?… 中 청년들 사이 '가짜 직장' 열풍

2025-08-12

중국이 약 14%에 달하는 높은 청년 실업률을 기록한 가운데 중국의 청년 실업자들 사이에서 돈을 내고 회사에 출근하는 '가짜 직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12일 영국 BBC에 따르면 최근 선전, 상하이, 난징, 우한, 청두, 쿤밍 등 중국 내 주요 도시에서 공유 오피스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가짜 직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가짜 직장 내부에는 대부분 컴퓨터, 인터넷 연결 서비스, 회의실, 탕비실까지 갖춰져 있어 얼핏 보면 실제 직장 사무실과 다를 바 없다고 전해졌다.

가짜 직장의 하루 이용료는 30~50위안(약 5803원~9671원)이다. 일부에서는 점심이나 간식, 음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컴퓨터를 이용해 구인 공고를 살피거나 자신만의 창업 계획 등을 세운다고 알려졌다.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 사는 30세 슈이 저우 씨는 BBC에 "올해 4월부터 둥관시 소재 가짜 직장에 하루 30위안(약 5700원)을 내고 출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요식업 사업에 도전했으나 실패해 현재는 취업 준비 중이라고 말하며 "혼자 집에 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같이 팀으로 일하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가짜 직장은 중국 경제가 침체하고 고용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6월 청년 실업률은 14.5%까지 치솟았다. 중국에서 일자리 찾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집에 있는 대신 돈을 내고서라도 사무실에 출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둥관시에서 가짜 직장을 운영하는 30세 A 씨는 BBC 인터뷰를 통해 “저는 단순 작업 공간이 아니라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자존감’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A 씨의 사무실은 지난 4월 문을 연 후 한 달 만에 좌석이 가득 찼고, 현재는 입주 신청을 받아야 할 정도로 인기다. 이용자 중 40%는 막 졸업한 대학생들로, 상당수는 부모나 학교에 인턴 증빙 사진을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크리스천 야오 뉴질랜드 빅토리아대 교수는 중국의 '가짜 직장' 인기 현상에 대해 "중국의 경제 구조는 전환기를 맞았고 교육과 고용 시장은 불일치하는 상황이기에 청년들에게는 다음 단계를 고민하거나, 임시로 무언가 할 만한 장소가 필요하다"면서 "가짜 직장은 이런 과도기에 필요한 해결책"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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