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해졌다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여권 잠룡들의 물밑 행보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안철수 의원, 한동훈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 비상계엄에 비판적 입장을 밝힌 후보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의원은 최근 잠룡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상대적으로 잠룡 대열에 늦게 합류했다. 이에 기존 잠룡들이 윤 대통령 구속 취소라는 변수로 주춤하는 사이 빈틈을 빠른 속도로 파고들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시대교체’와 ‘국민통합’을 선언하며 사실상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안 의원은 지난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것에 이어 전날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며 보수층 민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잠룡은 오세훈 서울시장에 이어 안 의원이 두 번째다.
안 의원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라는 변수와 무관하게 광폭 행보를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잠룡으로 꼽힌다. 비상계엄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외연 확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배신자라는 프레임에 비교적 자유로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안 의원의 활동 반경도 잠룡 중 가장 넓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동훈 전 대표의 경우 제한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신간 출간과 함께 당대표 자진사퇴 두 달여만에 정치 복귀를 선언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전국 단위의 ‘북콘서트’를 통해 강성 보수 지지층과 관계 회복을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한 전 대표는 북콘서트에서 비상계엄을 저지할 수밖에 없었던 뒷이야기와 87체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배신자 프레임 극복에 나섰다.

하지만 윤 대통령 구속 취소 후 ‘배신자’라는 프레임 공세가 재개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에 한 전 대표는 보수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는 수준으로 수위를 조율하고 있다.
이에 한 전 대표는 전과 달리 비상계엄을 규탄하는 발언을 자제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제 한 전 대표는 연일 이 대표를 ‘위험한 사람’이라고 지칭하면서 지지층을 대변하고 있다. 또 전날에는 ‘핵 잠재력’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지지층 달래기와 정책을 통한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더불어 이날에는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대학생들과 만나 ‘배신자 프레임’ 정면돌파에 나설 예정이다.
유력 대권 후보로 꼽혔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표방하며 리스크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은 당초 지방분권과 더불어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대선 행보에 돌입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지연됨에 따라 대선 행보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오 시장은 공개적인 활동을 축소한 대신 ‘메시지’를 통해 존재감을 유지하는 중이다.
야권은 오 시장이 공개 행보를 주춤한 사이 정치브로커인 ‘명태균’씨와 관련한 의혹으로 오 시장을 흠집 내며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특히 수사당국이 오 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부정 의혹을 확산하는 중이다.
이에 오 시장은 전날 TV조선 인터뷰에서 “제가 정치한 지 25년 됐다. 이런 류의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적극 반박하면서 명태균 리스크를 진화하고 있다.
또 탄핵심판에 대해서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탄핵 ‘찬성파’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 탄핵심판을 통해 정치적 혼란을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하며 ‘탄찬’ 잠룡들과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야권이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민감국가로 지정된 것을 두고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것에도 “정부가 외교적 대응할 수 있도록 협조부터 하는 것이 민주당의 최소한의 도리이다”고 반박하면서 주요 안건마다 메시지를 통해 잠룡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오 시장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대선 행보를 자제한 뒤, 오는 24일 국가비전을 담은 저서 출판을 계기로 공개 행보를 재가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서는 주춤했던 잠룡들이 물밑 활동을 재개한 것에 대해 ‘효율적’인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잠룡들은 당의 선거인단 표를 무시하고 경선을 치를 수 없다. 이들의 눈치를 보면서 활동을 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탄핵심판 선고까지) 가만히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적극적이지 않지만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야당에 대한 공세 또는 정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당에는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이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