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부경찰서가 맡은 사건 중 종결되지 않은 각종 사건 관계 서류들이 보문산 기슭 흙더미 속에서 무더기로 발견돼 큰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1990년 10월, MBC 뉴스데스크 백지연 앵커의 목소리가 내 귓등을 때렸다. 그 순간 내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쿵쾅거렸다. 당시 33살이던 나는 대전 서부경찰서 소속 수사과장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데 방송국 메인 뉴스에 우리 경찰서가 언급된 걸까.
이 사건은 내게 공포로 각인됐다. 경찰은 정년이 보장된 안정된 공무원이라 여겼는데, 지휘 감독 체계에 따라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일로도 옷을 벗을 수 있다니…. 마치 내가 당장 해고된 것처럼 아찔했다.

이때부터 나는 소위 ‘공포의 퇴직 준비’에 돌입했다. 출근 전, 퇴근 이후의 여유 시간은 모조리 자기계발에 쏟아부었다. 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시작으로 제과·제빵 기능사, 사회복지사, 리더십 스피치 강사에 이어 노래 강사 자격증까지 땄다.
이뿐이 아니다. 새벽부터 떡집에 가서 떡 기술을, 유명 두부집을 찾아가 손두부 만드는 법을 배웠다. 공인노무사 자격증을 따려고 주말마다 서울 신림동 학원에 새벽 기차를 타고 다녔다.
내 벌이는 생활비를 제외하고 온통 ‘퇴직 후’ 공포 퇴치에 쏟아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정말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신다”고 추어올리지만, 난 늘상 “절대 나처럼 살지 마라”고 외친다.

돈·시간·노력을 어마어마하게 썼어요. 그런데 반전이 뭔지 아세요? 이렇게 고생해 배운 게 퇴직 후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더라 이겁니다.
2012년, 55세에 계급 정년(총경으로 11년 근무한 뒤 승진 못 하면 퇴직하는 제도)으로 경찰복을 벗은 지 벌써 13년이 지났다. 공포에 휩싸여 퇴직 후를 준비하던 당시의 정기룡(68)은 몰랐던 진짜 ‘은퇴 기술’이 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토록 가열차게 땄던 자격증들도 이제 옥석이 가려진다. 지금도 진행 중인 ‘인생 3막’의 준비 스토리, ‘은퇴 공포’를 몰아낼 수 있었던 진짜 특별한 경험담까지 들려드리겠다.
은퇴Who 31회 〈목차〉
📌 빵·떡·두부… 다 배워보고 깨달은 자영업의 진실
📌 박사학위·자격증도 소용없다, 이유는?
📌 강연으로 월 1000만원…김창옥 강사와의 인연
📌 돌아돌아 결국은 손기술, 68세 ‘나무 의사’ 꿈나무
📌 [은퇴 후 조언] 퇴직 앞두고 느낀 극한 공포, 호스피스 봉사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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㉚ “근무는 3시간, 책 보다 퇴근” 은퇴 뒤 찾은 월 100만원 꿀직장
㉙ NGO 봉사 하다보니 월 350…더 값진 ‘노후 자존감’도 번다
㉘ 연봉 1억 맞추려다 지옥 맛봤다… KT 명퇴 뒤 ‘십알바’ 생존기
㉗ 52세에 명퇴당한 MBC PD, 월 1000만원 찍은 ‘사소한 습관’
㉖ 진급 막혀 전역한 천생 군인, ‘연봉 9000’ 기술직 된 기적
빵·떡·두부… 다 배워보고 깨달은 자영업의 진실
서장님, 대전에 경찰서·파출소가 얼마나 많아요. 경찰 관련 행사는 또 좀 많습니까? 서장님이 빵집이나 떡집 중에 아무거나 하나 하시면 후배들이 행사 때마다 거기서 대다 먹을 거 아녜요. 매상이야 보장된 거죠. 아무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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