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꼽은 정치분야 과제
2017년 조사 땐 ‘특권 내려놓기’ 1위
계엄·탄핵 거치며 통합 열망 높아져
‘국회의원 특권 축소’ 37%로 뒤이어
44% “개헌 땐 권력 구조 개편 중점”
전 계층서 ‘4년 중임제’ 도입 지지
유권자들은 새 대통령에게 정치권의 극단적인 대립 구도를 해소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주문했다.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양분된 국가를 하나로 모으는 ‘통합 리더십’과 함께 이 같은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취지다. 구체적인 방향은 조금 달랐지만, 정치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세대와 이념을 초월해 공통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21대 대선 매니페스토 특집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이 정치 분야에서 가장 노력해야 할 사안’으로 ‘정치적 양극화 해소 및 협치 강화’(37.4%)가 꼽혔다. ‘국회의원 특권 축소’(37%)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이어 ‘대통령제 개편 포함 헌법개정’(14.6%), ‘비례대표 확대 등 선거제 개편’(4.3%) 순으로 조사됐다.

이념성향별로는 보수층(27.4%)보다는 진보층(46.2%)이 더욱 강력하게 정치 양극화 해소와 협치를 요구했다. 중도층 역시 ‘양극화 해소·협치강화’(40.8%)를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 캐스팅보터인 중도층은 정치 양극화 해소뿐만 아니라 ‘의원 특권 축소’(34.2%), ‘개헌’(15.6%), ‘선거제 개편’(4.5%) 등도 희망했다.
이를 종합하면 제도 개선보다 먼저 정치 문화와 정치인의 태도를 바꾸라는 것이 유권자들의 명령인 셈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일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국민이 갈등 해소와 통합에 대한 열망이 높아진 것 같다”며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의견도 결국 이 같은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는 2017년 3월16∼17일 세계일보·공공의창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와 다른 양상이다. 당시 조사에선 차기 대통령의 정치 분야 중점 과제로 ‘특권 내려놓기 등 정치개혁’이 50%의 지지를 얻었다. 이어 ‘지역주의 타파 및 세대 갈등 완화’(18.7%), ‘개헌’(14.5%), ‘당리당략에 따른 극한투쟁 개선’(12.6%) 순으로 집계됐다. 8년 전보다 ‘정치 양극화와 협치 강화’에 대한 요구가 더 늘어난 셈이다.

유권자들은 또 ‘차기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할 경우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사안’으로 ‘권력구조 개편’(44.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조사에서 ‘4년 중임제 도입’이 가장 많았고, 이어 ‘정보기본권 등 새로운 기본권 신설’(15.2%), ‘세종시로 대통령실 이전’(13.3%),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9.2%) 순으로 나타났다. 전 계층에서 ‘4년 중임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1987년 헌법의 핵심은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다. ‘87년 체제’의 한 축인 5년 단임제는 우리 정치에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안착시켰지만, 정책의 연속성이나 책임정치 구현의 한계를 노정해 개헌 요구가 많았다. 4년 중임제 도입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큰 것은 이 같은 5년 단임제의 폐해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시 이전은 충청권(26.7%)과 18∼19세·20대(21.2%)에서만 호응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령별로는 60대(6.6%), 지역별로는 서울(8.7%), 이념성향별로는 보수층(8.8%)이 한 자릿수 지지를 보였다.
이번 선거는 결국 정치개혁에 대한 실천 의지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에 승패가 달렸다는 분석이다. 구호만 요란한 개혁론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선거제 개편 지지가 낮게 나온 건 아직 사회적 논의가 확산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이 문제의식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후보들이 공약으로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개요
조사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조사기간 / 2025년 4월 15~16일
표본크기 / 1000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 4.0%
조사방법 / ARS 휴대전화조사(무선 RDD 100%)
표본추출 / 성·연령·지역별 인구 구성비에 따른 비례할당추출
보정방법 /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4년 12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조사주관 / 세계일보·공공의창
조사기관 /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공동기획 : 공공의창, 한국정책학회
특별기획취재팀=조병욱·장민주·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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