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잡는 말장난·몸개그 …지루할 틈 없는 '100분쇼'

2025-04-04

새 장수가 고객에 배달을 왔는데 손에는 웬걸 빈 새장만이 들렸다. 새는 어디 갔느냐고 고객이 묻자 새 장수는 영수증을 내밀며 여기 새와 새장을 판매한 사실이 틀림없이 적혀있으니 새가 분명히 있다는 증거라며 뻔뻔하게 주장한다.

남편이 반찬 투정을 하다가 밥 주걱으로 뺨을 때렸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한 아내와 자신은 억울하다는 남편이 법정에서 만났다. 중요한 건 목격자의 증언인데 어째 말이 다 다르다. 옆집 남자는 부부 싸움은커녕 아름답게 춤을 추는 모습을 봤다고 말하고 싸움을 말렸다는 아들은 자신이 혼났던 일만 기억한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지난달 28일부터 공연 중인 서울시극단의 올해 첫 연극 ‘코믹’은 살다 보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이런저런 해프닝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극이다. ‘코믹’이 전하는 웃음은 가볍고 유쾌한 순수 코미디라기보다 조금은 씁쓸한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아들 이름도 기억 못하는 부부, 중요한 전화를 떠넘기기만 하는 회사 직원들, 자꾸 역할이 바뀌는 의사와 환자 등 에피소드 속 등장 인물들은 끝없이 엇갈리는 대화를 반복하며 이른바 ‘뼈 때리는 유머’를 선사한다. 독일 극작가 카를 발렌티의 원작 단편을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하고 연출까지 맡은 임도완은 “누군가에게는 비극이 다른 사람에게는 희극처럼 보일 수 있다”며 “각자의 경험에 따라 같은 장면을 봐도 누군가는 편하게 웃고 누군가는 쓴웃음을 지을 텐데 웃음이 지난 뒤에는 곰곰이 생각해볼 지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0분의 러닝타임 동안 프롤로그를 포함한 10개의 에피소드가 숨 가쁘게 달려가는 속도감은 무대의 가장 큰 장점이다. 김신기·정은영·성원·박경주·이승우·구본혁·정다연·박신혜 등 8명의 실력파 배우가 총 30개의 역할과 전국 팔도 사투리를 소화하며 무대를 끌고 가는데 지루할 틈이 없다.

말장난부터 슬랩스틱까지 코미디에 관한 다채로운 요소를 꽉꽉 채워 넣은 성실함도 돋보인다. 건망증에 시달리는 노부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웃음을 주는 ‘내 안경 어데 있노’ 에피소드는 과장된 몸짓과 즉흥 연기가 매력적인 ‘광대극’으로 풀어냈고 간만의 외출을 앞두고 티격태격하는 부부를 그린 ‘극장에 갈 채비’에서는 이탈리아 전통 가면극 ‘코메디아 델라르떼’의 흔적이 엿보인다. ‘새 장수’는 극의 대사를 노래로 풀어내는 ‘카바레 스타일’을 차용했고 금붕어에 관한 에피소드인 ‘수족관’에서는 배우들이 기대 이상의 랩 무대까지 선보인다.

임 연출은 “원작은 대부분 배우 한 두 명이 만담을 하는 형태인데 오늘날 그런 연극이라면 너무 지루할 것 같아 에피소드마다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려고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정다연 배우 역시 “다양한 코미디 연기를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4월 20일까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