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비대위)가 지난 21일 의대 등록 마감 시한을 앞두고 의대생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부당한 압제’ ‘저항의 대상’ ‘연대의 의미’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력을 통해 억지로 누르는 행위를 뜻하는 ‘압제’와 어떤 힘에 굽히지 않고 버티는 ‘저항’, 함께 책임을 지는 ‘연대’는 주로 민주화운동이나 목소리를 낼 수단이 부족했던 시민사회가 주로 쓰던 언어다. 의대생들은 스스로를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기자가 입수한 연세대 의대 비대위의 ‘연세대 의과대학 학우분들께 드리는 글’을 보면 ‘저항의 대상’, ‘연대의 의미’, ‘부당한 압제’ 등의 표현이 나온다. 비대위는 정부와 대학의 휴학 승인 불허와 학칙에 따른 제적 통보를 협박으로 간주하며 “분명히 수용의 대상이 아닌 저항의 대상이라 판단한다”고 썼다.
비대위는 의대생들에게 ‘미등록 휴학’을 이어갈 것을 촉구하면서 ‘연대’의 의미를 강조했다. 연세대 의대 비대위는 “지난 1년 동안 많은 압박과 회유가 있었음에도 의대 학생들이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까닭은, 뜻을 함께한 학생들이 꾸준히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며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썼다.
비대위는 입장문에서 ‘등록 후 휴학’은 복귀 의사가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며 미등록 휴학을 이어갈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대학의 ‘부당한 압제’를 언급했다. 비대위는 “만약 학생들이 부당한 압제에 맞서지 않은 채 ‘등록 휴학 후 유급’이라는 선택지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학생들의 의지는 비상식적인 협박을 통해 충분히 약화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에선 올 초부터 실명 공개, 휴학 인증 등 수업 방해 의혹이 꾸준히 이어졌다. 교육부가 연세대에서 불거진 수업 방해 사례를 수사 의뢰했고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경찰은 수업에 복귀한 의대생의 인적사항을 특정해 학내 게시판에 조롱하는 글을 게시하거나 학생회 주관 공청회에서 휴학 동참을 압박했다는 제보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의료인·의대생들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수업에 복귀한 연대 의대생 약 50명의 실명 등이 담긴 명단이 공유된 사실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같은 수업 방해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비대위는 입장문 마지막 부분에 “끝으로, 학우분들 개개인의 자율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했다.
연세대는 지난 21일 올해 1학기 의대생 등록을 마감했다. 연세대는 의대 재학생의 절반 정도가 등록한 것으로 파악했다. 의대 내부에서는 “여론전을 위한 과장된 수치”라며 반박하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 21일 학교 홈페이지 공지에서 ‘미등록 학생은 28일 제적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