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의 노점 과일, 산지 이미지와 신뢰 좌우한다.

2025-08-25

[전남인터넷신문]최근 특정 지역 음식점의 불친절이나 리조트형 호텔의 ‘걸레 수건’ 논란으로 인해 그 지역 전체 이미지가 추락하는 일이 있었다. 이는 개인이나 특정 업소의 행위가 곧바로 지역 전체의 신뢰와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지역경제의 중요한 축이 관광과 특산물 판매임을 생각하면, 한 개인의 부주의나 상술이 가져오는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필자 또한 이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 지난 7월 중순, 영암군의 한 지역을 지나던 중 길가에서 복숭아를 파는 노점을 발견했다. 산지에서 직접 사면 더 싱싱할 것이라는 믿음과 굳이 마트나 가게에 들르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 때문에 복숭아 한 박스를 구입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박스를 열자마자 실망이 밀려왔다. 위에 놓인 몇 개의 복숭아는 싱싱해 보였지만, 박스 아래쪽에는 이미 썩은 복숭아가 여러 개 깔려 있었다.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쪽부터 물러졌다고 보기에는, 의도적으로 상한 복숭아를 눈에 띄지 않게 배치한 듯한 인상이 강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박스에 적힌 생산자의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생산자 분은 이미 도매시장에 전량 출하했고, 길가에서 판매하는 것은 본인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가 구입한 복숭아는 도매시장에서 과일을 구입해 교통량이 많은 길목에서 판매하던 행상인이 판 것이었다. 다시 말해, 생산자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상인이 이익만을 목적으로 질이 좋지 않은 과일을 판매한 셈이다.

물론 복숭아 한 박스 때문에 굳이 다시 찾아가 교환이나 항의를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손해로 끝나지 않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노점에서 파는 과일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더 나아가 그 지역에 대한 이미지까지 부정적으로 각인되었다. 사실 이번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약 10여 년 전에도 도로가에서 복숭아를 산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시중 가격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게 샀다. 산지에서 직접 판매하는 것이니 싱싱할 것이라는 믿음과 편리함 때문에 샀는데, 같은 날 마트에서 복숭아 가격을 보니 필자는 최소 2배 이상을 주고 노점에서 구매했던 것이었다. 그때는 항의하지 않았기에 그저 실망으로 끝났지만, 오랫동안 ‘노점에서 판매하는 것은 생산자가 직접 내다 판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험으로 그것이 오해였음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상술이 개인의 실망을 넘어 지역 생산자와 농민들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일 상자에 적힌 생산자 이름이나 지역명을 보고 ‘이 지역 과일은 믿을 만하다’라는 신뢰를 기대한다. 그런데 그 기대가 무너지고 나면 단순히 노점상에 대한 불만에 그치지 않고, 그 지역 농민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확산된다. 이런 인식이 누적되면 결국 정직하게 농사를 짓는 생산자들조차 피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지역 차원에서 이러한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행정기관이나 농협, 생산자 단체는 노점 판매 관리와 유통 질서 확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소비자에게 ‘산지 직거래는 신선하다’, ‘생산자를 믿을 수 있다’라는 이미지를 지켜 주는 것이야말로 지역 농산물 경쟁력을 지키는 기본 조건이다. 또한 생산자 직거래임을 보증할 수 있는 인증제도나 표식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

개별 상인의 눈앞의 이익이 지역 농업과 이미지 전체를 해칠 수 있다면, 그 피해는 지역민 모두에게 돌아온다. 작은 상술 하나가 지역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역 사회 차원의 제도적 장치와 소비자 신뢰 회복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산지에서 사는 복숭아가 정말 ‘싱싱하고 믿을 만하다’라는 당연한 기대가 더 이상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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