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을 전담할 배드뱅크 설립 분담금을 두고 금융권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카드업계가 연체율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음달부터 개시될 대규모 신용 탕감과 배드뱅크가 맞물려 향후 추가 연체가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롯데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의 30일 이상 연체율(대환대출 포함)은 일제히 직전 분기 대비 낮아졌다. KB국민카드와 비씨카드는 직전 분기 대비 0.23%포인트(P) 연체율을 낮추며 건전성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줄곧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1분기 정점을 찍었던 연체율이 감소세로 돌아선 건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나선 영향이다. 대선 국면에서 쏟아진 채무 탕감 공약에 사전적으로 대비하며 채권 회수에 공을 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6월 배드뱅크 설립 방안과 신용 사면 대상과 내용을 구체화하면서 카드사들은 3분기 들어 연체율 관리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이번 3분기가 차주의 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어서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올해 말까지 5000만원 이하 연체를 모두 갚으면 연체 기록을 지워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약 324만명에 이르는 국민이 이번 신용사면의 혜택을 받는다. 내년 예산 4000억원, 금융권의 분담금 4000억원을 재원으로 설립되는 배드뱅크 역시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의 장기 연체 채권이 매입 대상이다. 금융당국이 예상하는 매입 채권 규모는 16조5000억원, 총 수혜 인원은 113만4000여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배드뱅크 설립을 마냥 호재로 여기진 않는 분위기다. 카드업권의 배드뱅크 매입 대상 연체채권의 규모는 대부업체 다음으로 많은 1조6842억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에서는 업권 사정에 걸맞은 분담금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지만, 원금 대비 평균 5%에 책정된 매입가를 고려하면 실익이 그리 크지 않다. 여기에 324만명에 이르는 차주의 신용정보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는 게 더 큰 걱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는 고객의 연체, 상환 이력, 거래 규모 등의 신용 정보를 바탕으로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대출 및 카드 발급 등을 심사할 수 밖에 없는데, 신용사면이 이뤄진 뒤인 3분기 이후 발생하는 카드론이나 각종 평가 정보가 무의미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취약차주가 유입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리스크 관리에 보다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