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 요리는 거의 전부 밥을 말아 먹는 데 적합하다. 국밥의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선짓국밥, 순대국밥, 내장국밥, 소고기국밥, 소머리국밥, 굴국밥, 돼지국밥, 따로국밥, 콩나물국밥, 수구레국밥, 해장국, 씨래기국밥, 이름만 붙이면 국밥이 된다.
여름 지나고 가을이 되니 찬 바람도 불고 제법 쌀쌀하다. 이런 날은 뜨끈한 국물에 국밥이 최고다. 국밥은 장날, 장터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울산 언양 장날은 2, 7, 남창 장날은 3, 8, 태화장은 5, 10일 열린다. 언양은 소머리국밥이, 남창은 선짓국밥이 유명한데, 어디로 갈까? 선짓국밥 남창으로~
옛날 조선시대 때는 보부상이나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이 주막에 들러서 장국도 먹고, 술도 먹고, 잠도 자면서 하룻밤을 유했을 듯하다. 주막이 주점이고, 식당이고, 여관이고, 모텔이고, 호텔이었다. 그래서 중국어로 호텔을 반점(饭店)이나 주점(酒店)이라고 한다. 우리는 반점(饭店) 하면 짜장면집, 음식점, 주점(酒店)은 노래주점, 가요주점, 술집을 뜻하는데, 중국에서는 호텔을 의미한다. 그 반점(饭店), 주점(酒店)에 방도 있고 식당도 있다.
그러면 반점과 주점의 차이는 무엇일까? 없다. 반점이 주점이고 주점이 반점이다. 사극에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주막을 생각해 보라. 주막이 때론 식당이 되고, 술집이 되고, 호텔도 되지 않는가?
울산 남창 옹기종기 시장 내 선짓국밥. 예전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먹을 만하다. 국수사리를 추가해서 배 두둑하게 먹었다.
국밥 이야기하는 김에 하나 더 이야기해보자. 우리말에 ‘말아 먹다’는 말이 있다. 물을 말아 먹거나, 국을 말아 먹거나, 밥을 말아 먹거나, 국이 아니면 밥을 말아 먹었을 건데 일을 망치는 행위라는 뜻으로 국밥에 빗대어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밥을 국에 말아서 먹는다. 국을 밥에 말지는 않는다. 왜냐고? 국그릇 밥그릇이 다르기 때문이다. 밥은 공기에 담고 국은 대접에 담는다. 그래서 우리는 공기에 담은 밥을 공깃밥이라고 한다. 밥 한 공기 국 한 대접. 밥 먹을 때 밥은 공기에 뜨고 국은 대접에 퍼야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든다.
“아주머니 선짓국밥 하나랑 내장이랑 선지 섞어 섞어하나 주세요. 국수면 사리도 추가해 주시고요.” 잠시 후 “여기 공깃밥 하나 더 주세요.” 오늘도 이렇게 난 말아 먹었다. 선지 내장 섞어 국밥에 공깃밥 하나를 더 말아서.
저랑 국밥 말아 먹으러 가실 분 어디 안 계세요?
권오기 여행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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