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바느질만 할 줄 알았지? 서도호는 로봇에 펜 쥐여줬다

2024-10-24

권근영의 ‘아는 그림’

서울 율곡로 아트선재센터에서 다음달 3일까지 개인전 ‘스페큘레이션스(Speculations)’를 여는 서도호(62). 국제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한국 미술가를 꼽을 때 늘 앞자리에서 거론됩니다. 서울만이 아닙니다. 지난달까지 에든버러의 스코틀랜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시간 추적(Tracing Time)’에는 7개월 동안 11만 3000명의 관객이 다녀갔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전시에 별 5개 만점을 주며 “집에 대한 놀라울만큼 아름다운 탐색”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미국 휴스턴 라이스대학 무디아트센터에는 작업실에 있던 모형들을 전시중입니다. 제목은 ‘진행중(In Process)’, 작업실을 전시한다는 개념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전시하는 아트선재센터와 동전의 양면, 무대의 앞뒤와도 같습니다. 이번 주 ‘아는 그림’은 런던 특집입니다. 이 모든 전시의 산실, 서도호의 런던 작업실을 국내 독자들에게 처음 공개합니다. ‘왜 지금 서도호인가’ 묻는다면, 이 인터뷰가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런던 작업실 단독 인터뷰 원문과 미공개 사진은 ‘권근영의 아는 그림’ 연재를 마칠 때 PDF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연재 종료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런던 북부, 그의 작품 ‘다리를 놓는 집(Bridging Home)’처럼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낀 좁은 3층 건물이 있다. 소규모 스튜디오 문패들 사이에 ‘DO HO LTD’가 눈에 띈다. 로봇이 그림을 그리고 바느질이 한창인 곳, 서도호의 스튜디오다.

여긴 일종의 디지털 R&D 센터예요. 건축 도면 그리는 프린터와 비슷한 콘셉트의 로봇을 주문 제작했습니다.

서도호가 설명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싶을 때 로봇의 손을 빌린다. 그런 기계에 요구하는 건 사람이 시키는 일만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 그러나 이곳이 지향하는 건 비효율, 그리고 자율성이다.

‘아는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는 것들

-한옥 작가? 알고 보면 얼리 어답터

-서도호가 로봇에게 그림 그리게 하는 이유

-“북촌 지붕이 달리 보였다”…서울 전시에 쏟아진 반향

-서도호의 물건들: ㎝와 in가 병기된 줄자, 열쇠꾸러미

-“갤러리 화장실 도배해라”…데뷔 뒷얘기

-봄여름가을겨울·유재하 음반에 서도호 있다.

#런던, 얼리 어답터

우리는 ‘1만 개의 점이 그림 속 계단의 테두리 선을 따라가게 해 봐’라는 정도까지만 명령을 주고, 컴퓨터가 시키지도 않은 묘한 패턴을 만들어내는 걸 지켜봅니다.

종이에 로봇이 그린 그림을 3차원으로 구현하는 로봇도 제작 중이다. 사출한 플라스틱을 순간적으로 굳혀 공간에 세우는 것을 목표로 여러 실험 중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과정을 걸어가는 것, 그의 작업 방식이다.

서도호 하면 떠오르는 건 천으로 된 집이다. 유년기를 보낸 성북동 한옥을 실물 크기의 옥색 은조사로 바느질한 ‘서울 집/ L.A. 집/ 뉴욕 집/ 볼티모어 집/ 런던 집/ 시애틀 집/ L.A. 집’(1999)으로 이름을 알렸다.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전통적 소재를 탐구할 것 같지만 실은 얼리 어답터이자 키덜트다. 드로잉 로봇 옆에는 스타워즈 피겨 세트가 놓여 있었다. 건축가 직원들이 일하는 옆방의 벽면 한쪽은 크고 작은 동물 피겨로 가득했다.

재산 가치로서의 집(house)과 거리를 두고 저마다 가진 집(home)의 기억을 예술로 구현해 온 그는 요즘 기계에 그림을 그리게 한다. 화가가 냅킨에 끄적인 낙서마저 비싼 값에 팔리는 오늘날, 저자성(authorship)을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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