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기사 복장 청소년 편의점서 담배 구입 들키자 되레 신고

2025-11-02

악용 우려해 복장 빼앗은 편의점 주인 영업정지 위기…검찰은 기소유예

광주 광산구청 "정상참작 검토…신분증 확인 철저히"

"담배 두 갑만 주세요."

지난 5월 7일 오후 까만 선글라스에 시내버스 회사명이 적혀있는 줄무늬 셔츠를 입은 한 남성이 광주 광산구 우산동 한 편의점을 찾아 담배를 찾았다.

영락없이 유니폼을 입고 있는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모습이었다.

50대 편의점주인 A씨는 선글라스 때문에 이 남성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은 듯 신분증 검사 없이 담배를 건넸다.

2시간가량 지났을까.

같은 복장을 한 남성이 다시 한번 A씨의 편의점에 찾아와 또다시 담배를 구매하려 했다.

같은 사람이 두 번 연속 담배를 구입하는 이례적인 상황에 수상함을 느낀 A씨는 이번엔 이 남성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집에 두고 왔는데요."

당황해하는 모습은 종종 담배를 사려고 성인 행세를 하던 청소년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A씨는 추궁 끝에 이 남성이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 B군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B군은 이 편의점에서 버스 기사 행색을 하면 통한다고 생각해 다시 찾아온 것이었다.

점주 A씨는 B군을 이대로 보내면 또다시 버스 기사로 행세하며 다른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입할 것이 뻔해 보였다.

A씨의 선택은 B군이 입고 있던 셔츠를 압수하는 것이었다.

B군은 강하게 항의하며 셔츠를 돌려달라고 했다.

만약 돌려주지 않으면 2시간 전 청소년인 자신에게 담배를 판매한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판매자에게만 불이익을 주는 법 규정을 잘 아는 태도였다.

그럼에도 A씨가 돌려주지 않자 B군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규정에 따라 A씨를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런 사정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선처했으나 이와 별개로 A씨의 편의점은 영업정지 등 행정조치 대상이 됐다.

담배사업법상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면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1주, 2차 적발 시 영업정지 한 달, 3차 적발 시 담배소매업 취소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광산구는 A씨의 이러한 사정을 참작해 처분을 경감할 수 있는 사례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다.

A씨의 사례처럼 담배와 술을 사기 위한 청소년들의 수법이 날이 갈 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게 담당자들의 전언이다.

양복과 군복은 물론 공사장에서 주로 입는 야광조끼나 경광봉 등을 입거나 지닌 채 신분증 검사를 피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늦은 시간 행패를 부릴 것처럼 일부러 일행과 거친 언행을 주고받는 방식 등으로 곤란하게 만드는 방법도 사용된다고 전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주로 판매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자주 발생한다"며 "신분증을 확인했다면 청소년에게 판매했더라도 면책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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