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총격범’은 중국인?” 또 혐오·음모론···시민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겹다”

2025-07-22

극우 커뮤니티 등 중심으로 근거 없는 음모론 확산

실제 피의자는 한국 국적 조모씨···“군대도 다녀와”

전문가 “민주주의 흔드는 가짜뉴스 단호히 대응을”

‘인천 총격 사건’ 피의자가 중국인이라는 가짜 정보와 각종 근거 없는 음모론이 극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 총격 사건의 피의자는 한국 국적인 60대 남성 조모씨로 밝혀졌다. 조씨는 지난 20일 밤 인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친아들을 살해했다. 하지만 극우 커뮤니티 등에선 조씨의 국적이 중국이라는 얘기가 확산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조씨가 ‘중국에서 들여온 사제 총기로 양아들을 살해한 귀화 한국인’이라는 또 다른 주장도 떠돌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왜 자꾸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피의자는) 한국에서 국방 의무까지 마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가짜 정보 유포·확산 경로는 지난해 12·3 불법계엄 당시 때 극우세력이 부정선거 의혹가 함께 제기한 ‘중국인 음모론’과 비슷하다. 지난 21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쌍문동 패륜 중국인 총기사건. 중국인인데 총기 10정 이상 소지”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쌍문동 출신 이분 민주화 운동 하던 사람인가요? 부모 자식 죽이는 건 공산당인데”, “전라도 아님 불가능!!” 등 지역 비하성 혐오 표현 글도 올라왔다. SNS 댓글에는 “총기들 중국에서 가져왔겠죠”, “노무현 때 들어온 중국인이라는 얘기가 있다”는 등 근거 없는 이야기가 붙었다.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 영상도 이 같은 움직임을 거들고 나섰다. ‘인천 송도 총기 사고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인천 송도에 중국인 조선족들이 상당히 많이 거주한다” 등 혐중 댓글이 이어졌다. 이 영상에는 “자 이제 누가 내란이지? 계엄 때 사람이 죽었나?” 같은 계엄을 정당화하는 댓글도 1300개 넘는 추천을 받았다.

근거 없는 혐오와 음모는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반감으로도 번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인천 송도 총기 살해범이 중국인 제모씨’라는 글에는 “(피의자가) 한국에 없는 제씨이고 중국 출신 외노자(외국인 노동자)를 하다가 결혼해 귀화, 국적 쇼핑을 했다”는 가짜 서사가 붙었다. 피해자 유족에 대해 2차 가해를 하거나 여성 혐오성 표현도 난무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지겹다’는 반응이 먼저 나왔다. 대학생 한모씨(25)는 “(극우 세력이) 궁지에 몰리니 여기에서까지 그런 혐오와 음모론을 들이대나 싶다”며 “이젠 소음으로만 들려 지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32)는 “부정선거 음모론에도 항상 중국인이 등장하지 않나.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신기할 정도”라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계속 퍼나르는 걸 보니 관심을 주지 않는 게 답인 것 같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소수자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 안에서 주목받고, 타인의 지지를 얻으려는 인정 욕구가 작동한 결과”라며 “혐오 표현이 일종의 놀이 문화처럼 자리 잡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멕시코 이주민을 배척하자 미국에 혐오와 갈등이 퍼진 것처럼 혐오에 기반한 허위·조작 정보가 지금은 소수 극단의 얘기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꾸 소비되고 유통되면 일반 시민 사이의 혐오·차별 의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누구든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기본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한편, 민주주의 기반을 흔드는 가짜뉴스에는 시민들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