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 100일…점주·노조·협력사 불안감만 키웠다

2025-06-10

대전충남양돈농협, 돼지고기 납품중단

빙그레·매일유업 등 주요 식품사도 일시 납품 중단

기업 회생 위해 다른 대안없이 임대료 배짱 협상만

직원들 “MBK 지원책 없이는 해답을 찾기 어려워”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신청 100일을 맞았지만 납품 중단이 반복되며 여전히 불안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거래 정상화를 비롯한 회생에 대한 이렇다 할 대안 없이 입점업체·임직원을 담보로 임대료 배짱 협상만 이어가는 모양새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이 한 달 남은 가운데 대주주 MBK파트너스 지원책 없이는 해답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전충남양돈농협이 지난 3월 말부터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한 상태다. 돼지고기(돈육)를 납품하는 전국 단위 양돈 농협 중 하나로 홈플러스 시그니처 상품 '포먹돼'(포도먹인돼지)를 납품해온 협력사다.

대전충남양돈농협은 납품 중단 이전까지 홈플러스에 한 달 40~50톤(t)을 공급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남아있는 미수 채권은 없지만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납품 중단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대체 협력사를 구한 상태다.

이같은 고민은 주요 식품사도 마찬가지다. 홈플러스가 지난 3월 4일 기업 회생을 개시한 이후 LG전자·농심·롯데칠성음료·서울우유 등은 일시적으로 납품을 중단했다. 지난달 빙그레와 매일유업이 또다시 납품을 중단했다가 이달 초 협상을 통해 거래를 재개했다. 정상적인 판매 대금 지급에도 불구하고 기업 회생이라는 불안한 상태가 협력사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홈플러스 협력사 관계자는 “기업 회생 이전과 똑같이 거래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미수금이 발생하면 어느 업체라도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며 “납품 규모를 줄이고 정산 주기를 단축하겠다는 협력사가 많다”고 말했다.

기업 회생 100일차에 접어든 홈플러스 대안은 임대료 협상 뿐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전체 68개 임대 점포 중 41개 점포가 임대료·계약조건 조정에 합의했다. 남은 27개 점포에는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이중 7개 점포가 합의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회생 계획 제출 기한인 내달 10일 이후에도 남은 20개 점포와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점포 소속 직원의 고용을 보장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회생 계획안은 기업 존속 가치 제고를 위한 비용 절감 방안이 필수적이다. 임대료 조정 외에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입장 발표는 모순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홈플러스 직원들은 대주주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마트노조는 지난 9일 MBK파트너스에 공문을 보내고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 연장 △MBK파트너스의 자구적인 대안 등을 요구했다. 단기적인 점포 축소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철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사무국장은 “사측은 회생 계획안 제출 이후에도 폐점 점포 명도 기간까지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 뿐”이라며 “임대료 협상 실패 시 점포 존속을 위한 대안은 하나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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