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쓴 인공눈물…"눈에 미세 플라스틱 1년간 730개 떨어진다"

2024-11-15

인공눈물을 첫 방울부터 눈에 투입할 경우 연간 수백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안구를 통해 인체로 흡수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 번째 방울까지 제거한 뒤 사용하면 미세플라스틱 노출 정도가 30% 수준으로 떨어지고, 용액 절반을 덜어내면 거의 노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의과대학과 한국분석과학연구소(KIAST) 연구진은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히알루론산 함유 인공눈물 5종을 분석한 결과를 미국안과학회에서 발표했다. 논문은 지난 11일 온라인에 공개됐다. 일회용 인공눈물 3종, 다회용 2종을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scopy·레이저를 이용해 물질의 분자 정보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5종의 인공눈물 첫 방울 80%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대부분 투명한 섬유질 플라스틱 조각으로 크기는 10~20㎛(마이크로미터ㆍ0.001㎜)가 가장 많았다.

“용액 절반 덜어내면 미세플라스틱 미검출”

첫 방울에 나타난 미세플라스틱 입자 수는 30mL당 평균 0.5개(오차 범위 ±0.65)였다. 첫 방울을 뺀 나머지 용액 속 미세플라스틱은 평균 0.75개(±0.72)로 나타났다.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방울까지 버리면 남은 인공눈물 용액 속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30mL당 0.14(±0.35)개다.

연구진은 인공눈물을 쓸 때 첫 방울을 제거하지 않고 하루 네 번 사용할 경우, 1년에 730개의 입자가 안구에 직접 노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제품을 개봉한 뒤 두 방울을 버리고 사용하면 1년 동안 안구에 노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204.4개로 크게 줄어든다.

아울러 연구진은 인공눈물 용액을 절반가량 덜어낸 뒤 남은 용액을 측정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10㎛ 미만의 크기의 섬유 형태 미세플라스틱은 안구를 통해 흡수돼 뇌를 포함한 주요 장기에 침투할 수 있다. 0.1㎛ 미만은 장 상피를 통과해 순환계에도 들어갈 수 있다. 아직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이 완전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장기간의 미세플라스틱 노출은 인체에 염증을 유발하고 미세플라스틱이 유기오염물질의 운반체가 될 수 있어 독성 물질이 인체 곳곳에 침투할 수 있도록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상태다.

“인공눈물 두 방울 이상 버리는 게 안전”

인공눈물을 두 방울가량 떨어뜨린 뒤 사용해도, 오랜 기간 사용할 경우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축적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연구진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공눈물을 개봉한 뒤 첫 한두 방울을 버리고 사용하라고 권장하는데, 이번 연구 결과 두 방울 이상 버리는 것이 보다 안전할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국내 안구건조증 환자 수는 2002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해 2017년 743만 4447명에서 2021년 792만 9058명으로 6.7% 늘었다. 병원에서 처방받지 않더라도 누구나 약국에서 인공눈물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인공눈물 제품 사용 인구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인공눈물 소비량은 2023년 기준 OECD 평균의 1.4배에 달했다.

연구진은 정부가 인공눈물 사용량이 많은 국내 소비자에게 인공눈물 속 미세플라스틱 위험성을 알리고, 오남용하지 않도록 올바른 사용 지침을 안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인공눈물 속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규제하는 한편, 제조사들이 미세플라스틱 최소화를 위해 용기 성분과 제조 공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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