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 덜해 쪽잠도 푹자"…5대그룹 통근 책임지는 '수소버스'

2025-04-17

지난 15일 오전 6시 30분.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에 통근 버스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이 줄을 섰다. 곧이어 포스코이앤씨 버스가 도착했다. 덜컹거리는 소음 대신 ‘지잉’ 하는 전자음과 함께다. 파란색 버스 앞머리에 붙은 ‘Fuel Cell(수소 연료전지)’ 로고가 수소 버스임을 보여줬다. 이동하는 1시간 동안 버스 내 직원들은 대부분 숙면을 취했다. 운송기사 김모(48) 씨는 “일반 버스보다 훨씬 조용하고, 진동이 덜해 깊게 잠드는 직원이 많다”며 “타는 사람도, 운송기사도 편하다”고 말했다.

‘수소 버스’가 대기업 통근 버스를 중심으로 조용히 확산하는 추세다. 17일 재계 5대 그룹인 삼성·SK·현대차·LG·포스코에 따르면 주요 계열사 직원 통근 버스 노선에서 수소 버스를 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경기도 평택캠퍼스 통근 버스 노선에 수소 버스 2대를 도입했다. 이어 본사가 있는 수원 삼성디지털시티 노선에 확대 적용해 현재 20대 이상을 운용 중이다.

지난해 경기도 이천, 청주캠퍼스에 직원 수소 버스를 도입한 SK하이닉스도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전주 공장에서 수소 버스를 운용 중이다. 중장기를 목표로 통근 버스 80여대를 모두 수소 버스로 바꿀 예정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제철소 통근 버스 일부를 수소 버스로 바꿨다. LG는 LG이노텍 등 구미 사업장에 수소 버스를 도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 수소 버스 보급 대수는 2021년 54대, 2022년 152대, 2023년 368대에서 지난해 1044대로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보급대수는 1695대다. 정부는 올해 2000대로 보급 대수를 대폭 늘리고, 2030년까지 수소 상용차 3만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소 버스가 확산하는 건 전기 버스와 함께 친환경 추세와 맞물려서다. 직원 출퇴근과 유통, 배송 등 간접 탄소 배출량까지 관리를 강화하는 국제 환경 규준인 ‘Scope 3(기타 간접배출)’에 따르려는 기업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2027년까지 국내 업무용 차량을 100% 무공해차(전기차·수소차)로 바꿀 계획이다. 사용 빈도가 높고 운행 거리가 긴 상용차를 수소차로 바꿀 경우 탄소 감축 효과가 배가된다. 현재 운행 중으로 추산하는 통근·통학용 버스 3만여대를 수소 버스로 바꿀 경우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200만t 줄일 수 있다.

수소 버스는 충전 시간이 10분 내외로 짧아 정시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도 500km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충전 시간이 길고(30~40분), 주행가능 거리가 짧은(300~400km) 전기차 대비 효율성이 높다. 다만 전기차 대비 여전히 부족한 충전 인프라, 정비·수리의 복잡성, 잦은 충전소 고장 등은 숙제로 꼽힌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상용차까지 충전할 수 있는 수소 충전소는 전국에 54개 수준이다. 수소차가 늘어날수록 안정적인 수소 수급 관리가 중요하다. SK이노베이션 E&S가 지난해 준공한 인천 액화 수소 공장에서 수소를 공급하는 등 공급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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