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간 26일 새벽 이뤄질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우리 외교·안보·경제·산업 전반은 물론 한미동맹 향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은 산업·통상·에너지 협력을 핵심에 둔 '경제안보 동맹' 구체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지난달 우리나라가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를 약속하며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춘 직후 열리는 첫 회담인 만큼, 후속 협력 구조를 확정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의제는 반도체·조선·배터리 등 전략 산업이다. 미국은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현지 투자를 통한 생산 안정화를 강조하고, 우리나라는 관세 불확실성 해소와 안정적 시장 접근권 확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선 협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요청해온 카드로, 이번 회담을 계기로 동맹의 새로운 협력 축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와 배터리 역시 미국 산업정책과 직결되는 분야여서 양국 간 구체적 투자와 지원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합의된 3500억달러 투자 외에도 추가 투자, 농수산물·디지털 시장 개방을 요구할 수 있다. 그의 협상 스타일이 기존 합의를 당연시하고 '120% 승리'를 추구하는 만큼 막판까지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분야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우리나라의 핵연료 재처리·농축 제한 완화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이는 원전 수출 경쟁력 강화와 에너지 안보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전 기술 자립과 핵 주권 확대라는 상징성을 지니는 사안이다. 다만 협정 개정은 미국 의회 권한이어서 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청정수소·재생에너지 협력, LNG 공급망 안정화 같은 과제도 실무 차원에서 구체화된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가 추진하는 원전 조인트벤처(JV)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 협력의 상징적 성과로 부각될 전망이다. 우리의 기술·시공 역량과 미국의 글로벌 네트워크·법적 기반을 결합해 국제 원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구상이다.
정상회담의 무대는 백악관이지만, 2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조선소 방문도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이 이곳에서 한국이 미국 조선업 부흥에 기여한다는 메시지를 낸다면 한미 양국 관계는 물론 양 정상 간 관계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필라델피아가 갖는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하면, 이는 앞으로 우리 정부가 '트럼프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만 해협 안정, 대중 견제 참여 확대 등 외교·안보 현안도 테이블에 오른다.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전시작전권 전환 등 민감한 의제도 포함된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전제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