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밉다지만…역대 최고 성과 달성한 국민연금 CIO까지 국회 소환 [시그널]

2026-01-01

국민연금이 지난해 사상 최고 성과를 냈음에도 이틀에 걸쳐 기금운용본부장(CIO) 등의 인사가 참고인으로 국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자금이 쿠팡에 투자됐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는 위탁운용사를 통해 쿠팡에 자금이 흘러갔다는 이유로 국회에 불러들인 것에 대해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서원주 국민연금 CIO와 이동진 해외주식투자실장은 지난달 30일부터 31일 이틀에 걸쳐 쿠팡 청문회에 출석했다. 30일에는 별도 질의를 받지 않았고 31일 단 하나의 질의만 있었다.

국회에서 서 CIO를 참고인으로 소환한 것은 국민연금의 자금이 쿠팡에 투자됐다는 이유에서다. 2024년 12월 기준 국민연금의 쿠팡 보유 지분 규모는 약 2181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은 당초 1억 달러(1400억 원) 가량을 투자했는데 평가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는 위탁 운용사를 통해 이뤄졌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국민연금이 쿠팡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쿠팡을 신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며 “신속하게 투자 배제를 결정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 CIO는 “해외 주식인 쿠팡에 대해서는 위탁 운용사를 통해 투자하고 있다”면서 “해당 사안을 상당히 심각하고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연금은 관련 절차와 판단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자금을 빼게 될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는 벤치마크 지수에 따라 직접 투자하거나 위탁운용사의 자율성에 중점을 둬 투자하는 액티브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미국에 상장한 쿠팡에 대해서는 위탁한 외국계 운용사가 판단해 투자했는데 국민연금에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식 분야에서 위탁 운용은 운용사의 투자가 국민연금이 요구하는 수익률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자금이 위탁된 이후 쿠팡 투자와 관련한 지시나 요구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올해 출자 계획 등을 수립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CIO가 국회에 소환된 점도 문제다. CIO는 장단기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을 고안하고 자산 배분 방침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예상 가능한 국내외 거시 경제 리스크를 분석하고 발생 가능한 금융 위험 등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는 중책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대체투자 등을 포함해 올해 위탁 운용사 출자 시기와 규모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CIO의 부재는 의사 결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서 CIO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로 임기가 종료됐는데 아직 후속 CIO 선임 공고가 없어 업무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 투자로 손실이 발생한 것도 아니고 개인정보 유출 이전에 이뤄진 투자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운용 자율성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청문회 소환은 국민연금이 지난해 사상 최대 기금 운용 수익률을 기록한 직후 이뤄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은 역대 가장 높은 약 20%를 기록했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473조 원으로 2024년 말(1213조 원) 대비 260조 원(21.4%)이나 불어났다. 달러 기준으로는 ‘1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금 규모가 1조 달러를 넘는 연기금은 일본 공적연금(GPIF)과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가 유일하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성과는 단순 시장의 강세 때문이 아니라 목표 초과수익률을 큰 폭으로 웃돌면서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 초과수익률이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적극적 운용을 통해 전략적 자산배분에 의한 수익률(기대수익률) 대비 초과로 달성해야 하는 수익률의 목표치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군별 수익률은 국내 주식 78%, 해외 주식 25%, 대체투자 8%, 해외 채권 7%, 국내 채권 1% 등이다. 국내 주식 시장과 미국 주식 시장이 강세를 보인 것과 별개로 벤치마크 지수를 큰 폭으로 웃도는 운용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초만해도 32달러였던 쿠팡 주가는 지난 연말 23.59달러까지 떨어졌다. 쿠팡 청문회에서 유출 데이터 규모를 두고 정부와 쿠팡이 진실 공방을 벌였고 ‘셀프조사’ 논란에 투자심리는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범위가 3300만건 이상이라고 밝혔지만 쿠팡은 약 3000건이라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정부는 ‘쿠팡 사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쿠팡의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해명 태도, 피해 축소 및 책임 회피적 대응이 국민적 우려와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청문회에서는 영업정지나 신규회원 제한 등의 제재까지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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