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소셜미디어를 보면 AI가 만든 이미지나 영상이 부쩍 많이 눈에 띈다. 이를 두고 AI가 만든 콘텐트가 돌아다니게 허용한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결정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그런 영상과 이미지는 사람이 AI를 사용해서 만든 것이지, AI가 스스로 만들어서 뿌린 게 아니다. 페이스북의 결정은 AI라는 도구의 도움을 받은 콘텐트가 확산되는 것을 허용한 것뿐이다.
사람들이 불평하는 이유도 사실은 AI가 생성했다는 데 있지 않다. 소셜미디어에 돌아다니는 AI 생성 콘텐트가 대부분 뻔한 공식을 사용한, 진부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은 좋아하지만, 지브리 스타일을 겉핥기식으로 흉내 낸 AI의 이미지가 소셜미디어 피드를 뒤덮는 건 즐겁지 않은 거다. 이렇게 AI가 생성한 질이 낮은 이미지를 가리키는 ‘AI 슬롭(slop)’이라는 표현도 생겨났다.
이건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꽃을 배경으로 알록달록한 텍스트로 “행복을 선물합니다” 같은 진부한 문구가 들어간 “카톡짤”이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을 기억할 거다. 어르신들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컴퓨터 교실 같은 곳에서 간단한 포토샵 사용법을 배워서 직접 만든 이미지들이다.
과거에는 그 정도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대 같은 긴 학습의 과정이 필요했고, 그런 과정을 통과하다 보면 안목이 성장했다. 연습생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진부한 이미지를 만들게 되지만, 과정을 모두 졸업할 때쯤이면 일반인보다 훨씬 더 창의적인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뛰어난 사람들만으로 프로의 세계가 형성된다. 하지만 AI는 미대는 물론이고, 컴퓨터 교실에서 배워야 하는 과정도 필요 없게 만들어주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진부한 이미지가 쏟아져 나오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