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워싱턴 주방위군 투입 발표에 “범죄자 트럼프, 당신부터 방 빼라” 시민 반발 확산

2025-08-12

1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수도 워싱턴의 모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적인 갱단, 피에 굶주린 범죄자들, 마약에 취한 미치광이, 노숙자들이 점령했다”고 묘사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지하철역과 백악관 주변에 배치된 경찰들에게선 별다른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은 백악관 앞에서 평화롭게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의 관광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갱단이 아니라, 뜨거운 여름 뙤약볕인 것으로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워싱턴을 범죄자와 노숙자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시 경찰국을 연방 정부가 직접 통제하고, 주 방위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워싱턴을 접수하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는 그의 기자회견 후 달라진 풍경이 있다면, 이날 백악관 앞에 새로운 팻말과 현수막을 든 1인 시위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성조기 무늬 옷을 입은 여성이 활짝 펼쳐 든 현수막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워싱턴에서 범죄자를 쫓아내겠다고? 그러면 엡스타인 파일 (조사)부터 시작하라’. 자신을 네이든이라 소개한 이 여성은 기자회견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자신이 직접 만든 현수막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릴랜드 거주민이지만, 워싱턴 생활권에 속해 주 5일은 이 도시에 온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워싱턴의 범죄율을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네이든은 격앙된 목소리로 “범죄자는 바로 트럼프”라면서 “수십 건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범죄율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네이든은 “워싱턴에서 벌어질 ‘범죄와의 전쟁’은 결국 흑인 청소년이 표적이 될 것”이라면서 “백인 청소년은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아이의 미래를 망쳐선 안 된다’며 넘어가지만, 흑인 청소년은 14살만 돼도 성인 취급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네이든의 옆에는 또 다른 남녀가 ‘ICE(이민세관단속국) 반대, 주 방위군 반대’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었다. 난민 지원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케이트는 “트럼프 정부가 군사화 조치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LA에 이어 워싱턴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시민과 이주민을 납치하려는 행동과 다를 바 없다”면서 “앞으로 트럼프 정부하에서 더 많은 사람이 사라지고, 폭력이 심해지고, 통금령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파시스트 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이 했던 것처럼 더 많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거리에 나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흑인과 이주민이 주요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이들의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범죄자의 상당수는 애초에 입국이 허용되지 않았어야 할 사람들”이라면서 “그들은 베네수엘라 출신이고, 세계 곳곳에서 왔다”고 언급했다. 이민자가 주요 표적이 될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또 전국노숙인법률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쫓아내겠다고 한 워싱턴 노숙인의 85%가 흑인이라는 점에서 이는 의도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대로 워싱턴 시내에 주 방위군이 배치되면 시민들의 반발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7% 가량에 불과했을 만큼 압도적인 친민주당 성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 캐쉬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을 대동한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시 경찰국을 연방정부 통제하에 두고, 테리 콜 마약단속국(DEA) 국장을 임시 경찰국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컬럼비아특별자치구법은 대통령이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할 경우 워싱턴 경찰을 연방정부가 최장 30일까지 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일차적으로 주 방위군 800명을 동원한 후 필요하면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은 어느 주에도 소속되지 않은 특별자치구라서 주지사의 승인 없이 대통령이 자유롭게 주 방위군을 동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LA에서와 달리 워싱턴에 투입된 주 방위군은 체포 등 민간인 상대 법 집행이 가능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오늘 아침 주 방위군을 동원했고, 수주 안에 워싱턴 거리로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다른 특수부대도 투입할 준비가 돼 있으며, LA에서와 같이 이민세관단속국(ICE)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 정부가 주에 소속되지 않은 워싱턴의 특수한 지위를 악용해 군사화된 접근방식을 시험해 보기 위한 실험실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 방위군 투입이 다른 도시로 확산될 수 있음을 암시하면서 “뉴욕, 시카고, 볼티모어 등의 상황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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