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폐쇄적 앱 생태계 추구한 애플, '대항마' 구글플레이 입점
애플TV+, OTT 시장서 고전…가입 확대 위해 플랫폼 다양화 불가피
앱스토어는 여전히 폐쇄 고집…필요에 의한 '선택적 개방'

폐쇄적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를 추구해 온 애플이 개방형 모바일 운영체계 안드로이드에 발을 담갔다. 12일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 폴더블 등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의 구글 플레이에서 애플TV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를 통해 애플의 자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인 애플TV+(플러스)와 MLS(메이저리그사커) 시즌패스 구독도 가능토록 했다.
애플답지 않은 세심한 배려도 더했다. 애플TV 앱을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직관적이고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도록 설계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한 디바이스와 운영체제를 오가며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할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고 애플에게 감사를 표할 것을 권하진 않는다. 애플은 지난 10여년 간 그걸 막아온 기업이다.
애플이 어떤 회사던가. 앱스토어를 만들고 앱 생태계를 조성해 스마트폰 시대 개막을 이끈 선구자다. 앱스토어의 존재로 인해 전세계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이 ‘단지 무선전화 기능에 메일 송수신 기능 정도가 추가된 물건’이 아니라 ‘앱 설치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IT기기’임을 알게 됐고, 이는 막대한 스마트폰 수요로 이어졌다.
하지만 애플은 그 막대한 수요를 혼자 ‘꿀꺽’ 하려 했다. 애플이 만든 앱 생태계는 애플이 만든 디바이스에서만 통용됐고, 삼성전자와 노키아 같은 다른 디바이스 제조사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아이폰의 아버지 스티브 잡스는 아마도 전세계인들이 ‘앱스토어’라는 단일화된 생태계에 갇혀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만 사용하는 세상을 꿈꿨을지 모른다.
그런 애플에 대항해 만들어진 게 안드로이드 연합이다. 안드로이드를 만든 주체는 구글이었지만 이 개방형 운영체계에 애플을 제외한 모든 디바이스 제조사들이 뛰어들며 앱스토어를 압도하는 규모의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이번 애플TV의 구글 플레이 입점(入店)은 ‘애플’이 ‘애플의 대항마’ 안드로이드에 발을 담그게 된, 상징성이 큰 행보다.

스티브 잡스는 14년 전 안타깝게 세상을 등졌지만, 독점 정신과 폐쇄성은 여전히 애플의 DNA에 녹아 있다. 그런 애플이 왜 안드로이드 입점을 결정했을까.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여전히 강자로 남아있지만 OTT 시장에서는 그저 그렇고 그런 업체 중 하나(one of them)다. 애플 TV+ 전세계 가입 계정 수는 2500만개 내외로 추산된다. 이 시장의 지배자 넷플릭스(2억8300만개)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애플의 앞마당인 미국 내에서조차 애플TV+의 OTT 시장 점유율 순위는 7위에 불과하다.
한국에서의 입지는 더 초라하다. 애플TV+의 점유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넷플릭스는 물론, 쿠팡플레이‧티빙·웨이브·디즈니플러스 등에도 밀린다. 넷플릭스 공세에 생존을 위협받는다는 토종 OTT ‘티빙’에 더부살이를 하는 형편이다.
가난 앞엔 장사 없다. 배짱도 ‘믿는 구석’이 있을 때나 부릴 수 있다. 없는 살림에 문 걸어 잠그고 버텨 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 애플의 대항마니 유사품이니 따질 상황이 아니다. 안드로이드에 숟가락을 얹어 애플 TV+ 가입자를 늘릴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역방향, 즉 애플이 만든 앱 생태계인 앱스토어는 여전히 폐쇄돼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iOS 기반 디바이스만을 위한 세상이다. 이른바 ‘선택적 개방’이다.
애플이 폐쇄를 풀고 온전한 개방을 택할 날이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가난 앞엔 장사 없다. 삼성전자 등 기존 경쟁사는 물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모두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속해 있다. iOS 생태계가 점점 좁아지고, 앱 개발자들이 굳이 좁은 시장이 입점하기 위해 까다로운 애플을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쯤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