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 회장, 홈플러스 피해구제 앞두고 '묵묵부답'...뒤에선 협박신고

2025-04-18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 사태의 정점에 있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피해자들에게는 단 한 마디의 해명조차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정작 뒤에서는 피해자들을 경찰에 협박 혐의로 고발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회장이 언론과 정치권 앞에서는 사재 출연을 내세우며 책임지는 모습을 연출하는 한편, 실제 피해자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회피한 채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뒤가 다른 이중적 행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관계자들은 오늘(18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해 협박 혐의와 관련된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7일 김 회장의 서울 자택 인근을 찾아가 항의성 전단지를 부착했다. 전단지는 주차장 벽면과 현관문 옆에 부착됐고, 초인종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리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피해자들은 설명했다. 가족의 사생활을 해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용히 움직였으며, 메시지의 내용 또한 과격한 표현 없이 전단채 피해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담았다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전단지를 부착한 다음 날, 김 회장 측이 이를 협박으로 간주해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경찰이 수사 협조 공문을 보내와 조사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김 회장이 피해 회복에 대한 직접적인 소통이나 공식 해명을 하지 않은 채, 정작 피해자들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몰고 간 것은 '황당하고 기이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고소당하는 기이한 일이 현실이 됐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반응이다. "전단지 몇 장 붙인 것이 협박이라면, 4000억 원 넘는 피해를 떠안고 하루하루 생계 위기에 놓인 피해자 가족들의 삶은 어떤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느냐"고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김 회장이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피해자 단체와 직접적인 면담을 갖지 않았고, 관련한 사과나 설명도 내놓지 않아 피해자들의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사재 출연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김 회장은 700억 원을 현금으로 홈플러스에 출연했고, 여기에 더해 600억 원 규모의 DIP(회생기업 운영자금) 금융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겠다고 밝혔다. MBK 측은 이로써 총 1300억 원 규모의 책임을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DIP금융은 연 10%의 고금리에 3년 만기 조건이다. 더욱이 회생절차상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기존 채권자보다 우선 변제될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이 투자한 전단채보다 우선순위에 있는 자금이 김 회장이 보증한 대출이라는 점에서, 피해자들은 "책임을 지는 척하면서 정작 실제 변제는 회피하고 있다"는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또한 "경영 실패에 대한 사과나 근본적인 회생안은 없고, 고금리 자금을 회사에 떠넘기는 방식만 있다"며 "형식만 갖춘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김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간사인 강준현 의원은 "김 회장은 구체적인 정상화 로드맵도 내놓지 않은 채, 언론용으로 600억 원 보증을 띄워놓고 마치 모든 책임을 다한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청문회를 통해 직접 불러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당과의 협의를 통해 관련 청문회 일정을 조율 중이지만, 당장 개최가 쉽지 않은 만큼 추가 사재 출연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 이후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비대위는 "정말 책임질 생각이 있다면 피해자 앞에 나와 먼저 설명했어야 한다"며 "고소장이 먼저 나가는 방식은 김병주 회장이 피해자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단지를 협박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 피해자들이 겪는 24시간짜리 불안과 좌절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