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돌연 출금 막힌뒤 영업정지…먹튀 코인거래소 피해 178억

2024-10-21

#경기 김포에 사는 직장인 김모(43)씨는 암호화폐 거래소 플랫타익스체인지(이하 플랫타)를 통해 구매한 비트코인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그가 지난 2월부터 출금을 시도한 비트코인을 원화로 환산하면 2600만원 규모다. 김씨는 “갑자기 출금이 되지 않더니 예고도 없이 거래소가 영업을 정지했다. 연락도 되지 않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를 잘못해 손실을 봤으면 모르겠는데 거래소가 돈을 안 주니 답답하고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영업 끝났는데 고객 자산은 그대로

영업을 종료하거나 중단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늘면서 해당 거래소를 통해 거래한 투자자들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먹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1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영업을 중단한 11개 거래소가 보유한 고객 예치금 규모는 178억1700만원(지난달 20일 기준)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지난해 11월 영업을 종료한 캐셔레스트는 130억원 규모의 자산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정식으로 영업 종료를 신고한 거래소 기준 피해 규모다. 영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로 입출금을 막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미반납 예치금 규모는 금융당국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포함하면 규모가 수백억원까지 불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씨 등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플랫타는 지난해 12월부터 서비스 점검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영업 중단을 반복하면서 암호화폐 입출금을 막아왔다. 이는 전산 장애가 발생할 경우 입출금 차단이 가능토록 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용자보호법) 규정을 악용하면서다. 플랫타뿐 아니라 비트레이드·오아시스 등도 이를 이유로 수개월째 입출금을 중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엔 관련 민원이 여럿 접수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거래소가 연락되지 않거나 반환 절차가 장기화하면서 관리 소홀, 자산 분실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영업 중단 거래소는 일종의 사각지대에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영업을 중단했을 때 이용자 자산 반환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에도 한계가 있다. 암호화폐 관련 법엔 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영업 종료 이후 자산 처리에 대한 별도 규정도 없어 사업자 입장에선 몇 년만 버티면 돈을 돌려줄 의무조차 사라진다. 입법 미비로 인해 사각지대가 만들어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금융위는 ‘폐업 이후 암호화폐 거래소 자산을 고객이 찾지 않으면 어떻게 처리되느냐’는 강 의원 질의에 “이용자보호법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영업종료 후 고객 자산 처리에 관한 별도 규정은 없다”며 “민‧상법에 따라 처리된다”고 답했다. 법률상 5년이 지나면 상거래 채권의 시효가 만료돼 고객 예치금 반환 의무가 사라진다.

한상준 변호사(법무법인 대건)는 “이른바 먹튀 거래소의 경우 형사고소 과정에서 합의하거나 소송을 통해 돈을 돌려받아야 해 피해자 어려움이 크다”며 “암호화폐가 제도권에 포함돼있지 않다 보니 피해 발생 시 예·적금처럼 보호받지 못 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 스스로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재단 설립…거래소 의무는 없어

금융당국은 최근 디지털자산보호재단을 설립해 영업을 중단한 거래소가 반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재단이 영업 종료 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예치금과 암호화폐 등을 넘겨받은 뒤 반환 업무를 대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거래소가 재단에 자산을 이전토록 하는 법 규정이 없어 폐업한 거래소가 협조하지 않으면 재단은 예치금을 관리할 권한이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강제적으로 영업 중단 거래소로부터 자산 이전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금융정보분석원(FIU)이나 금융감독원이 현장점검에 나서는 등 참여 유인을 만들고 있다”며 “고객 자산이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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