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약 9000명 규모 파업 열려
국립대 병원 채용 자율성 '훼손'
수도권 민간 병원 인력 격차 커져
채용 유연 vs 재정 건전성 '숙제'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서울대 등 국립대 병원 4곳이 지난 2004년 이후 21년 만에 공동 파업을 열고 '총정원제' 전면 개선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17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강원대병원, 경북대병원, 서울대병원, 충북대병원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숭례문 세종대로에서 공동 파업을 개최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료연대본부)는 국립대 병원 조합원 8600명뿐 아니라 비정규직, 중소병원, 돌봄노동자들이 파업에 함께 돌입하면 약 9000명이 파업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병원 측이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달 말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파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는 국립대 병원의 총정원제로 인해 필수의료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총정원제는 국립대 병원 인력 정원의 총량을 제한하는 제도다. 의사와 의료인력을 포함한 전체 병원 인력 충원에 대해 정부가 연간 정원을 관리하고 제한한다. 예산과 인력 운영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총정원제로 인해 국립대 병원이 필수의료인력을 요청해도 정부 승인은 부분적으로만 이뤄질 수밖에 없다. 승인되지 않은 병상이나 과목에는 신규 인력 채용 자체가 봉쇄되는 셈이다. 인력 확보 어려움으로 노동강도가 세지면서 의료 인력은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처럼 수도권에 있는 큰 민간 병원으로 이탈할 수밖에 없다.
의료연대는 "공공병원 노동자는 병원 적자와 정부의 지침 때문에 노동권을 빼앗기고 있다"며 "민간병원 노동자들은 병원 이윤 창출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주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이 제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면서 재정적인 균형을 이루려면 난이도가 높은 환자, 전공의 수련 시간, 간호사와 전문의 등이 늘고 반대로 전공의 노동 시간은 감소해야 한다"며 "정원제한에 맞추면서 추진해야 할 일이 제대로 되기 어렵거나, 기존 인력의 업무 노동강도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공감했다.
배동산 의료연대 사무국장은 "정부는 사업장의 환경 등을 고려해 인력 규모를 유연하게 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운영법에 이같은 내용을 담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정원제 완화 시 정원 확대와 인건비 증가에 따른 추가 운영비 부담이 커져 재정 건전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단순 정원 확대만으로 숙련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도 없다. 의료 인력이 국립대 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이탈할 경우 재정만 소요되고 기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 사무국장은 "국립대 병원 의료종사자들은 처우가 좋지 않아 수도권 민간 병원 이탈보다 같은 지역의 민간 병원으로 이직하거나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 총정원제 완화와 함께 처우 개선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복지부는 모순적인 두 가지를 극복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의료연대는 이날 이재명 정부의 공공의료 확충 방안 구체화 필요성도 요구할 예정이다. 건강보험료를 인상한 만큼, 정부와 기업의 책임 강화 방안과 건강보험 보장성 목표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