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융당국이 자산운용사의 상장지수펀드(ETF) 운영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주요 자산운용사에 전방위에 걸친 ETF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10일 자산운용사 CEO를 모아 간담회를 열고 노이즈 마케팅 단속·내부 규율 재정비 등을 요구한 가운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원장이 성과를 내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운용사-증권사 커넥션 주목하나
업계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은 11일 KB·미래에셋·삼성·한화자산운용 등 주요 자산운용사에 ETF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ETF 설정 내역, 합성 ETF 담보, 주식 대차거래 등 ETF 운용 전반의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계에 여러 현안이 있어 다방면으로 자료를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요청하자 현업에선 자료 준비에 분주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요청한 자료 목록을 보면 운용사와 증권사 간의 혜택(페이버)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같았다”라고 짚었다.
당국이 요청한 내용 중 합성 ETF란 자산운용사가 직접 운용하는 일반 ETF와 달리 증권사와 장외파생상품(스와프) 계약을 맺고 간접 운용하는 ETF다. 주식 대차거래는 주식을 보유한 금융사가 수수료를 받고 증권을 타 금융기관에 빌려주는 것을 뜻한다. 지난 2022년 ETF 정기 검사에서 금감원은 운용사가 유동성 공급자(LP)인 증권사에 수수료를 지나치게 낮게 대여해줬다고 봤다.
지난 10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국내 주요 23개 자산운용사 CEO, 금융투자협회장과 간담회를 열고 시장 질서를 지킬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자에 대한 충실 의무가 부여된다. 그러나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대주주·임직원 사익 추구, 이해관계인에 치우친 의사결정 등 투자자 최우선 원칙을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자산운용사는 점검하겠다고 엄포도 놨다. 이 원장은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여기에 운용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펀드 가격 산정에서 오류가 반복됐다. 이는 투자자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라며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고 노이즈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운용사에는 시장 신뢰 보호를 위해 상품 운용 및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이 원장이 언급한 것처럼 최근 시장에는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3월 28일 170여 개 ETF에서 실시간 추정 순자산가치(iNAV) 산출 오류가 발생했다. ETF의 순자산가치(NAV)란 ETF 자산에서 운용 보수 등을 차감한 순자산총액 값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가격이다. 투자자가 ETF를 실제 가치보다 더 비싸거나 싸게 거래하는 일을 막기 위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NAV가 iNAV다. 당시 iNAV가 실제 가치보다 높게 산출됐음에도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에게 즉각 알리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지난 2월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이 잇따라 미국 대표 지수 추종 ETF의 총보수를 인하하면서 수수료 경쟁에 불이 붙었다. 금융당국은 순위를 높이기 위한 운용사의 노이즈 마케팅에 주의를 주며 제동을 걸었다.
#운용사 CEO 소집·조사…공직 떠나기 전 ‘존재감’ 드러내나
한편에서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복현 원장이 퇴임을 앞두고 성과를 내려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2022년 6월 7일 취임한 이 원장의 임기는 올해 6월 6일까지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공직을 떠나기 전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해석이다.
앞서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며 사퇴 의사까지 표했으나 결국 막지 못했다. 탄핵 기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직에 복귀한 한덕수 총리는 4월 1일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 과정에서 여당과 대립각도 세웠다. 상법상 이사가 충실 의무를 가진 대상에 회사와 더불어 주주를 추가하는 개정안을 두고 국민의힘은 ‘기업의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대해왔다. 그런데 지난 3월 이복현 원장이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는) 직을 걸고 반대한다”라고 언급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는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다. 검사 때 습관이 금감원장 자리에서도 나오는 것 같다”라며 비난했다.
최근 감사원이 지난 3년간 ‘금융기관 중간검사 발표 내역’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주목된다. 이복현 원장 재임 기간과 겹치는 만큼 그를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복현 원장은 정치권 입성 대신 임기 완주를 택한 상태다. 지난 2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 원장은 향후 거취에 관해 “22대 총선 때 출마 권유를 받았지만 가족과 상의 후 안 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25년 넘게 공직 생활을 했으니 할 수 있다면 민간에서 시야 넓히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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