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형 놀이와 숲치유, 치유농업 그리고 마케팅

[전남인터넷신문]우연은 불확실성의 다른 이름이지만, 인간에게는 종종 두려움보다 설렘으로 작용한다. 사람들은 “내가 선택한 결과가 아니라, 세계가 나에게 건네준 결과”를 경험할 때 깊은 인상을 받는다. 놀이 속에서 이것은 ‘뽑기’, ‘랜덤’, ‘추첨’, ‘제비뽑기’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자연 속 치유 활동에서도 동일한 심리가 작동한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 반복되지 않는 순간, 통제 불가능한 자연의 리듬은 치유의 장면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며 참여자의 감각을 깨운다. 숲치유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연 그대로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숲에서 걷는 길은 매일 다르고, 햇빛은 늘 같은 방향에서 오지 않으며, 같은 씨앗도 씨앗마다 발아 속도와 생김새가 다르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에서 “오늘 어떤 새가 올까요?”, “이번 주에 수확량이 늘었을까요?”, “이번 모종이 얼마나 자랐을까요?”와 같은 질문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자연이 만든 변수에 동참하도록 초대받는 경험이다. 이때 사람들은 일정과 목표, 성과 중심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며, ‘내가 아닌 자연이 결정하는 순간’을 긍정적으로 체험한다. 이것이 바로 우연형 경험이 주는 심리적 이완이다.

마케팅 분야에서도 ‘예측 불가능성’은 오랫동안 강력한 소비 동기였다. 랜덤박스, 복권형 적립, 미스터리 기프트, 랜덤 굿즈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결과를 알지 못한 채 참여하면서도, 그 불확실성이 ‘놀이적 긴장감’과 ‘행운 기대감’을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치유농업과 농촌관광 콘텐츠도 이 방식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자연이 정하는 오늘의 수확박스”, “숲에서 발견한 것으로 만드는 1인 1키트”, “씨앗 뽑기 체험 후 3주 뒤의 결과 확인 프로젝트” 등이 우연형 놀이의 원리를 농업 체험으로 확장한 사례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우연은 ‘기억에 남는 경험’을 가장 쉽게 만든다는 점이다. 예측 가능한 프로그램은 설명하기 쉽지만,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들기 어렵다.

반대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만난 것”, “준비된 것이 아니라 자연이 건네준 것”, “정확히 알 수 없는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사람에게 깊은 감정 흔적을 남긴다. 마케팅에서 ‘감동’은 자극이 아니라 서사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우연은 서사를 발생시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기제다.

따라서 우연형 놀이를 치유농업·숲치유 프로그램에 결합하면 다음과 같은 전략적 확장이 가능하다. ① 예정된 활동 대신 조건 기반 체험 설계: 날씨·계절·토양·생육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확률형 프로그램’. ② 참여자에게 결과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게 맡기는 방식: “내가 한 일이 아니라, 자연이 허락한 결과”를 경험하게 한다. ③ 스토리형 후기 생성 메커니즘 확보: 예측 불가능한 체험은 강력한 구전 효과를 발생시킨다. ④ 비용 대비 브랜드 가치 상승: 인위적 장치가 아닌 자연의 변수가 감동을 만든다. 즉, 비용은 적고 서사적 잔존 효과는 크다.

우연은 치유의 조건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세계를 받아들이는 경험”을 통해 정서적 회복을 얻는다. 자연은 늘 변하고, 그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치유농업 마케팅은 결과를 설계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대의 순간’을 설계하는 것도 유용하다.

즉, 우연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을 존중하고 활용하는 프로그램은 자연·심리·마케팅의 교차점에 가장 가까이 도달할 수 있다. “예측 가능한 체험은 정보가 되지만, 예측 불가능한 체험은 기억이 된다.” 이 문장이야말로 우연형 놀이가 치유농업 마케팅에서 갖는 핵심 가치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경쟁형 놀이와 숲치유, 치유농업 그리고 마케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1.08).

허북구. 2025. 숲 치유와 치유농업, 놀이가 마케팅이다.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1.05).

허북구. 2025. 놀이 경제와 치유농업의 마케팅 방향.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