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가치인 달러인덱스가 100 밑으로 떨어졌다. 관세정책 여파로 미 국채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며 급등락하자 달러의 신뢰성에 금이 갔다. 미국만 성장하는 예외주의는 끝났을까.
1971년 8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금태환 정지를 선언해 금본위제는 막을 내렸다. 금과 이별한 달러 패권주의의 서막이 시작됐다. 2차 세계 대전 직후인 1945년 국민총생산(GNP) 기준 미국의 경제력은 전 세계의 50~70%로 추정된다. 이 수치가 1970년대 중반 이후 1990년 소련 붕괴까지 20~25%로 추락했다. 2024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29조 달러로 세계 GDP의 25%이다.

25% 경제력에 비해 미국은 높은 금융 지위를 누려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 비중은 최대 73%에서 지난해 57%대 수준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 하겠다.
한국은행이 이달 발표한 ‘2024년 결제통화별 수출입’ 통계를 보자. 지난해 수출 결제대금의 통화별 비중은 미 달러화(84.5%), 유로화(6.0%), 원화(2.7%). 엔화(2.0%), 위안화(1.5%) 등이다. 전년 대비 달러화 비중은 1.4%포인트 상승했고 다른 통화는 모두 결제 비중이 하락했다. SWIFT(스위프트) 송금 기준으로 국제결제통화에서 달러화 비중도 50%에 육박했다. 12년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세계 기업 시가총액에서 미국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시가총액 증가분의 90%도 미국 기업 몫이다. 주식시장보다 큰 세계 채권시장에서 미국 비중은 약 40%로 압도적 1위이다.
관세전쟁 속에서 미 국채를 판 채권자경단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 일본, 유럽 같은 곳이 회자되나 중요한 건 급격히 추락한 미국에 대한 신뢰의 회복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지금처럼 과대 계상된 금융 지위를 누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