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내 비영리법인 가상자산 내부통제기준 등을 담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가운데 해외에서 가상자산이 전쟁과 재해로 피해를 본 지역의 인도적 지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2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비영리 재단 '바이낸스 채리티'를 통해 지난달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 피해 지역에 가상자산을 기부했다. 주소 증명(POA) 절차를 완료한 지역 주민들에 최대 100달러(14만3000원) 상당의 BNB 토큰 상품권을 지급했다.
또 미얀마와 태국 접경 지역을 강타한 강진 이재민들에게는 총 150만달러(21억4500만원) 규모 BNB를 긴급 지원했다. 기존 금융 인프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빠르게 피해자들에게 직접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기부의 강점이 부각됐다.
장기적 지원 사례도 이어졌다. 바이낸스 채리티는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부와 협력해 전쟁 피해 국민의 취업을 지원하는 'IT 제너레이션' 프로젝트를 실시, 2023년 7월까지 약 9개월간 2200명 학생에게 IT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총 100만 달러(14억3000만원) 규모의 USDT(테더)를 전액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2019년 설립된 바이낸스 채리티는 전쟁, 재해, 빈곤으로 피해를 본 지역에 의료품과 식량 등 필수 생필품을 직접 지원했다. 현재까지 56개국 200만 명 이상을 지원했다.
블록체인 기업 리플랩스도 올해 초 가상자산 기부 플랫폼 더 기빙 블록을 통해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 복구를 가상자산으로 지원했다. 10만 달러(1억4300만원) 상당 엑스알피(XRP)를 기부했다.
한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금융 인프라가 미비하거나 재난으로 금융 서비스가 마비된 지역에도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상자산은 큰 가능성을 지닌다”며 “지원금의 흐름이 투명하게 기록돼 기부자 신뢰를 높일 수 있어 앞으로 활용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가상자산 기부가 활발해지면서 이를 수용하는 글로벌 플랫폼들도 확장하고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 USA는 최근 더 기빙 블록과 협력해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USD코인(USDC), 도지코인(DOGE) 등 80종이 넘는 가상자산으로 기부받겠다고 밝혔다. '긴급 기근 구호 기금'을 통해 전 세계 5800만 명에 달하는 극심한 식량 위기 인구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