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식당서 우연히 박찬호 봤다…‘강아지 분장’ 이정후에 생긴 일

2025-11-19

이태일의 인사이드 피치

11회 - 이정후와 박찬호의 가을 동행

9월 18일 LA

코리아타운 한국 음식점에 귀여운 강아지 ‘스쿠비 두’(만화 주인공) 코스튬을 한 일행이 들어섰다. LA 다저스와의 경기를 위해 원정 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들의 ‘루키 헤이징’(메이저리그 선수들 전통인 일종의 ‘신고식’) 일행이었다. 이들은 전통에 따라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이동 중이었는데, 그 옷을 그대로 입고 한국 식당까지 온 것이다. 이들을 식당으로 안내한 주인공은 이정후(27). 이정후는 루키가 아닌 2년 차였지만, 지난해 부상으로 루키 헤이징에 참여하지 못해 올해 신인들과 함께했다.

이날 동료들과 함께 한국 음식을 즐긴 이정후는 “한국 식당이라 교포들이 많이 계셨고, 알아보기도 하셔서 좀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런데 그 시간에 그 식당에 있던 ‘한국 손님’ 가운데는 마침 메이저리그 선배 박찬호(52)도 있었다. 박찬호는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은 손님들이 들어와 재미있게 보았는데, 자세히 보니 메이저리그 선수들이었다. 이정후 선수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테이블로 찾아와 인사했고, 가볍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날의 우연한 만남은 두 사람이 야구선수로서의 꿈뿐 아니라 인생의 꿈이 비슷하다는 걸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시즌을 마친 뒤 한국에서의 ‘가을 동행’으로 이어졌다.

박찬호는 “이정후 선수가 내게 와서 ‘선배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인상 깊게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꼭 뵙고 싶었습니다’라고 했다. 뭔가 짠했다. 이정후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뛸 때 내가 진행하는 유소년 캠프(‘캠프 61’, 당시 고양시 주최)에도 와주었고, 아버지 이종범 선배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같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감동적인 여정을 함께한 바 있다. 너무나 아끼는 후배다. 그런 후배가 메이저리그 2년 차로서 겪고 있을 어려움과 잘해야 한다는 부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등을 상상해 보니 내가 그 시기에 겪었던 어려움이 떠올라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날 이정후 선수가 ‘한국에 돌아가면 선배님이 유소년을 위해 하시는 일에 저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라고 제안해 주었다. 너무 기뻤다”고 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2024년) 부상으로 37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올해는 봄에 잘하다가 여름에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아래 표 참조). 그 시기에 이정후는 선배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겪었던 도전과 좌절, 슬럼프와 그 극복의 과정 등이 담긴 다큐멘터리 ‘박찬호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2009년 MBC 제작)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정후는 가을부터 살아났다. 그리고 시즌 후반 루키 신고식을 하며 찾은 LA 한식당에서 박찬호와 조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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