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금의 시선] 북한이탈주민의 날, 그리고 나의 정착

2025-07-09

7월 14일은 북한이탈주민의 날이다. 달력에 ‘북한이탈주민의 날’이라고 써있다. 정착지원을 위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될 만큼 북한이탈주민은 특별하다. 어째서 특별한가.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고향이 있지만, 탈북민에게 돌아갈 고향이 없다. 고향은 있으나,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지 못하면서 돌아갈 희망을 숙명으로 여기고 분단사회에서 살아간다. 특별하기에 탈북민의 성공적 정착에 대한 관심은 높다. 나는 이러한 특별한 관심을 받으며 2006년 7월 13일 용인에 있는 국민임대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했다. 월세이긴 하지만 집이 있어 좋았다. 떠돌이 생활에 지친 나에게 집은 둥지이자 안식처이다. 나는 고마운 환대에 감사하며 잘 살리라 다짐했었다.

나는 기술을 배워 평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었다. 컴퓨터를 배웠고 사무직을 했다. 실직되고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을 때 통일교육 강사라는 직업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2012년 경기남부지역 통일교육 전문강사가 되었다. 강사를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에 한계를 느끼고 북한학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는 어려웠으나 재밌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초기 내가 생각했던 안정된 삶은 점점 멀어졌다.

나보다 현명한 사람들이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이 있어야지’하면서 경제생활에 시간을 투자하고 풍요롭게 사는걸 보면서 나도 공부가 끝나면 그렇게 하리라는 마음을 가졌다. 그러나 학위를 받았다고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는건 아니다. 시간이 흘러 오늘에 이르러 돈을 벌어야할 시간을 엉뚱한 곳에 투자한 것을 후회했다. 덕분으로 나는 세상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환대에 가려진 차별과 차이, 더욱이 ‘나’가 혼란스러워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금 나는 성공적 정착이란 무엇이며, 잘 산다는 게 어떤 것인가라는 고민을 한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곳곳에서 행사가 열린다. 남북하나재단 주최로 강남구에 있는 코엑스에서 12일과 13일 축제가 열린다. 이날 도서 부스에서 탈북작가들이 살아낸 이야기가 책으로 판매된다. 외로움과 싸우며 한 문장 또 한 문장 알알이 퍼올렸을 탈북작가 이야기는 특별하다.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행복여정문학 주최로 7월 22일부터 8월 22일까지 탈북 시인 작품 15점이 전시된다. 질문하는 사람과 상처받은 사람이 글을 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글을 쓴다. 나의 정착은 늘 아프고 불안하지만 고마움마저 잃을까 오늘도 마음에 꽃을 심는다.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탈북민으로부터 자신이 돌보고 있는 90세가 넘은 노부부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참전 군인으로 죽을 고비도 넘겼고, 고생도 했다. 지금도 노부부가 손을 꼭 쥐고 다니고 건강하며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다. 자식들 또한 부족함 없이 살고 있다. 비결은 가진 것을 많이 나누며 살았기에 지금이 있다고 말했다. 노부부의 모습을 지켜본 탈북민은 삶에 대해, 정착에 대해 나름에 주견을 갖고 있다. 그는 많이 베풀고 나누어야 노부부처럼 아름다운 삶이 있다고 확신한다. 생을 마감하는 사람 곁에서 일해온 탈북민은 돈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돈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건 아니라고 말한다.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탈북민의 말처럼 성공적 정착은 봉사와 글쓰기를 통한 자신만의 특별한 시간 사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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