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에 공사비 떼였어요”···국내 10대 건설사 하도급 분쟁 증가

2024-10-24

삼성물산과 서울 서초구 신반포 3차·경남아파트(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 사업 하도급 계약을 맺은 인테리어 업체 A사는 지난해 8월 아파트를 다 지은 뒤에도 80억원 규모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 A사는 삼성물산과 체결한 계약금 1억5900만원, 계약서에 없는 추가 공사비용 25억원, 물가 인상에 따른 추가 공사비 25억원 등 총 80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8월 전용면적 84㎡ 한 가구가 60억원에 거래되며 이른바 ‘국평(국민평형)’ 아파트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곳이다.

건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10대 건설사와 하청업체 간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공정거래조정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등 국내 10대 건설사의 하도급 관련 분쟁 접수는 2021년 31건, 2022년 33건, 2023년 53건으로 늘어났다. 올해 1~8월에만 44건의 분쟁 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이 중 원·하청이 합의에 도달하는 경우는 2021년을 빼고 50%를 넘지 않았다. 10대 건설사의 합의 성립률은 2021년 58%(18건), 2022년 39%(13건), 2023년 49%(26건), 올해 1~8월 27%(12건)였다. 2021년~지난 8월 누적 합의 성립률은 42.9%였다. 국내 3대 건설사인 삼성물산(29%), 현대건설(40%), 대우건설(36%)의 합의 성립률은 10대 건설사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공사기간이 길어진 데다 원자잿값마저 오르면서 원·하청 건설사 간 분쟁이 늘어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분양부터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9개월로, 최근 4년(2020∼2023년) 평균(25개월)보다 4개월 길어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용 중간재 물가지수가 3년 전보다 35.6% 올랐다고 집계했다. 공사기간이 길어지면서 하청업체들이 원래 계약금으로 공사하기 어려워졌는데, 원청은 늘어난 공사비를 주지 않아 하청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됐다. 발주처는 원청에, 원청은 하청에 늘어난 공사비의 책임을 돌리면서 일부 하청업체는 폐업까지 했다.

특히 원청이 내야 할 추가 공사비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부당 특약’이 주요 분쟁 원인이 되고 있다. 원청은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하청업체가 추가 공사대금을 원청에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의 특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하청업체의 대금 조정 신청 권리를 제한하는 약정은 하도급법이 금지하는 부당 특약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문제는 공정위가 원청에 시정명령 등 행정제재를 해도 부당 특약의 효력 자체는 유지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는 점이다. 22대 국회 들어 ‘부당 특약 무효화법’(하도급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0대 건설사와 계약한 하청업체가 공정위에 원청을 신고하는 건수도 늘고 있다. 공정위에 신고된 10대 건설사 신고 사건은 2021년 12건에서 2022년 8건으로 줄었다가, 2023년 15건, 올해 1~8월 13건으로 증가세다. 같은 기간 공정위가 10대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린 경우는 2건(4.2%)에 그쳤다.

박 의원은 “정부가 분쟁 조정, 불공정거래 사건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하청업체들의 부담을 방치하고 있다”며 “정부가 10대 건설사에 적극적인 상생 경영을 독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정명령 조치가 적은 이유에 대해 “원청이 분쟁 도중 대금을 지급하면서 하청 건설사들이 도중에 신고 취하서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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