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하려면 자본 배분 필요한데…3곳 중 2곳은 이사회 승인 없었다

2025-06-13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를 낸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대형 상장사 3곳 중 2곳은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업 핵심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높이려면 자본 구조를 바꿀 만큼 중요한 사업·경영계획이 필요한데도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곳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한 비금융 상장사 509개사 가운데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곳은 99개사로 집계됐다. 이 중 밸류업 공시 과정에서 이사회 승인을 받은 곳은 34개사뿐이고 나머지 상장사는 단순 보고(48개사)만 했거나 불명확 또는 단순 논의(17개사) 등 소극적인 참여에 그쳤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는 상장사들이 최적의 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하도록 주주 등에게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하는 제도다. 2017년 자율 공시로 시작해 올해 자산 5000억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의무 공시가 확대됐는데 내년부터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가 대상이 된다. 밸류업 관련 내용이 보고서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계획 수립 과정에서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고했다. 밸류업 목표 달성을 위해 신규 투자 확대나 자사주 소각, 배당 등 주주 환원 활동으로 자산 및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려면 이사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관련 이사회 참여 현황을 기타 기재 사항으로 적도록 예시로 언급했다.

그러나 일부 상장사들은 밸류업 공시를 하면서도 이사회 역할을 아예 기재하지 않았거나 “관련 공시는 이사회 보고 후 진행했다”며 간단히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장기 자산 배분이나 성장 전략 등이 담긴 밸류업 계획 상당수가 이사회에서 적극 검토되지 않고 보고 사항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LG는 지난해 11월 이사회 전원 찬성으로 기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 최소 배당성향 10%포인트 상향 등의 목표를 담은 밸류업 공시를 승인했다. LG는 “이사들은 재무 목표인 ROE와 자기자본비용(COE) 관계, 평가 체계 연동 등 목표 달성 방안에 대한 상세한 답변을 듣고 내용에 공감했을 뿐만 아니라 변경이 필요하면 신속 정정할 것을 당부했다”며 이사회의 역할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상 핵심 지표 준수율은 지난해 평균 49%에서 올해 54%로 다소 상승했다. 평가 대상은 주주, 이사회, 감사 기구 등 3개 부문으로 나뉘는데 특히 주주 분야에서 지표가 높아졌다. 정부가 배당 기준일 이전에 배당액을 결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면서 ‘현금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 제공’ 준수율이 크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결산배당일 기준일을 이사회 결의일 이후로 설정한 곳은 2023년 55개사에서 지난해 228개사로 크게 늘었다. POSCO홀딩스, KT&G, 지역난방공사 등은 100% 준수율을 기록했다.

집중투표제 채택,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여부, 주주총회 4주 전 소집 공고 실시 등 일부 항목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특히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상장사는 한전기술·K고려아연 등 16개사뿐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후보가 여럿일 때 주식 1주당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의 중요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이 강화돼 실질적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들도 강화된 지배구조 기준을 공시하고 준수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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